화재감식평가

‘부실 투성’ 부산 씨클라우드호텔 화재… “지하주차장 제도 고쳐야”

Dr.risk 2023. 7. 28. 23:34

연동 막은 소방시설과 깨져버린 건축 방화구조가 피해 키워
“주차장 습식 스프링클러 의무화하고 감지기 신뢰성 높여야”
“법규상 제연설비 제외된 주차장, 세부 규정 정립 시급하다”
“화재로 떨어져 버린 철골구조 내화피복, 시험방법 개선해야”

 
▲ 지난달 20일 씨클라우드호텔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관들이 화재 진압, 구조 활동을 벌이고 있다.   © 한국소방기술사회 제공


[FPN 최영 기자] = 지난달 20일 발생한 부산 씨클라우드호텔 화재를 두고 소방기술사들이 제도개선의 시급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화재안전 전문가들이 호텔 화재 현장에 직접 나가 조사한 결과 화재 당시 호텔 소방시설과 건축방화 시설 등에 심각한 결함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소방기술사회(회장 박경환, 이하 기술사회)에 따르면 씨클라우드 호텔 화재 당시 소방시설은 상호 시설 간 연동 기능을 정지해놓은 탓에 스프링클러와 비상벨, 비상방송 등이 화재 직후 자동으로 작동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지하 6층 매트리스 등의 적치물에서 시작된 화재는 지하 5층까지 번졌고 연기는 전 층으로 삽시간에 확산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씨클라우드호텔 측은 지하주차장 화재감지기의 빈번한 오작동 때문에 소방시설의 연동을 막은 상태로 숙박시설을 운영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소방시설의 기능 마비가 초기소화는 물론 피난 안내 실패를 부른 가장 큰 요인이었다는 게 기술사회 판단이다.

 

▲ 부산 해운대구 씨클라우드호텔 지하층 화재 당시 소방시설 등의 작동상태 조사 결과와 화재 확산 경로  © 한국소방기술사회 제공


기술사회는 스프링클러 미작동에 따른 초기소화 실패 문제를 두고 근본적인 제도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지하 2층 이하 주차장에는 습식 스프링클러를 강제해 감지기 작동 여부와 관계없이 화열이 닿으면 즉시 소화설비를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지하주차장에는 광센서 감지선형 감지기나 아날로그식 감지기, 광전식 공기흡입형 감지기 등 신뢰도 높은 감지기를 설치하도록 해 연동 정지로 이어지는 화재 감지시스템의 고질적 문제를 해소하는 방안을 대책으로 제시했다.

 

화염과 연기가 급속도로 번져버린 이유로는 화재 당시 열려있던 계단실 방화문과 멈춰버린 승강장의 방화셔터를 지목했다. 

 

▲ 내려오지 않은 지하주차장 경사로의 방화셔터  © 한국소방기술사회 제공


실제 기술사회 조사결과 화재 당시 씨클라우드호텔 지하 6층 승강장에 설치된 방화셔터는 아예 닫히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상 5층까지 화재가 확산한 배경이다. 반면 지하 4층 방화셔터는 정상으로 작동해 연기만 퍼졌다는 게 기술사회 분석 결과다.

 

박경환 소방기술사회장은 “방화문을 열어두거나 방화셔터를 꺼두는 건 직접적으로 막을 수 없기 때문에 관계인, 시민에 대한 교육과 홍보 강화가 절실하다”며 “경사로에 설치되는 방화셔터를 아래쪽에 설치해 상대적으로 작동시간을 앞당기는 방법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방화문과 방화셔터가 자동식인 경우 단독 작동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술사회는 지하주차장의 환기설비를 화재 시 제연설비로 활용토록 의무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내놨다. 현행법에선 제연설비를 설치해야 하는 건물일지라도 주차장의 경우 제연설비를 제외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화재 발생 시 피난과 인명구조에 큰 장애를 초래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 알루미늄 재질의 환기구가 녹아내릴 정도로 연기를 배출한 지하주차장의 환기설비  © 한국소방기술사회 제공

 

기술사회 백승주 대변인(소방기술사)은 “지하주차장에 설치되는 대용량의 환기설비가 화재 시 제연설비로 사용될 수 있도록 관련 적용기준과 세부 설치기준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며 “환기휀, 환기구, 전원 배선 등을 제연설비에 적합하게 설치하도록 관련 기준이 제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술사회는 화재 시 고열로 인한 철골구조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내화피복의 문제점도 거론했다. 현장 조사 과정에서 씨클라우드 지하 주차장 철골 구조의 내화피복이 다량으로 탈락한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 내화피복이 탈락된 구조체. 붉은색의 배관 보온재는 화재 이후 복구한 모습이다.  © 한국소방기술사회 제공


기술사회에 따르면 철골 구조체는 고열에서 구조적 강도가 1/2로 감소해 붕괴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이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국토교통부 고시에 따라 철골구조에는 내화피복을 반드시 입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현장의 내화 뿜칠재는 부착력이 유지되기 힘들다는 게 기술사회 분석이다.

 

박경환 회장은 “현행 제도의 내화뿜칠재 부착강도 시험에서는 뿜칠 겉면에 접착제로 붙인 접시를 당겨 떨어질 때 하중을 측정해 평가하고 있다”며 “실제 화재 상황에서의 부착력을 유지할 수 있는 시험기준을 개발해 화재 시에도 내화성능이 보장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시험방법의 개선 필요성을 제기했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