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자ㆍ시공사ㆍ건축주 관계자 등 150여 명 참석해 방안 모색
설계ㆍ심의단 간 의견 조율, 전국 가이드라인 통일 등 의견 개진
[FPN 박준호 기자] = 전문가들이 모여 ‘소방 성능위주설계’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 등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사)한국소방기술사회(회장 박경환, 이하 기술사회)는 지난 5일 양재 aT센터에서 성능위주설계 세미나를 개최했다.
기술사회 성능설계기술위원회가 주최ㆍ주관한 이 자리엔 소방기술사 등 소방 분야 전문가와 시공사ㆍ건축주 관계자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
성능위주설계는 건축물의 규모와 용도, 이용자, 화재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설계하는 방법으로 2006년 도입됐다. 연면적 20만㎡ 이상인 특정소방대상물과 50층 이상이거나 지상으로부터 높이가 200m 이상인 아파트 등은 반드시 성능위주설계를 거쳐야 한다.
2022년 12월 1일부턴 연면적 10만㎡ 이상 창고시설과 수저터널, 5천m 이상 터널이 성능위주설계 대상에 포함되는 등 강화 추세다.
성능위주설계가 도입된 지 20년 가까이 됐지만 설계자와 이를 검토하는 심의단 간의 의견 충돌, 시도별로 상이한 가이드라인 등 전반적인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왔다. 이 세미나는 성능위주설계에 참여하는 관계자들의 의견을 청취해 합리적 방안을 마련하고자 기획됐다.
발표자로는 ▲정홍영 소방청 소방분석제도과 제도계장(성능위주설계 현황 및 성과) ▲최인희 소방기술사(성능위주설계 제도개선 방안) ▲장근호 소방기술사(성능위주설계 표준 가이드라인 개선방안) ▲김희문 소방기술사(소방시설 등의 성능위주설계 미래 발전방향) 등이 나섰다.
최인희 소방기술사는 먼저 지자체별로 다른 성능위주설계 가이드라인을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기술사는 “서울과 경기, 부산, 경북 등의 가이드라인 내용이 서로 다르다. 예를 들어 어떤 가이드라인은 주차장 지하 3층 이하부터 습식 스프링클러를 적용하라는 반면 또 다른 가이드라인엔 전 층을 습식으로 설치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심의단이 다른 지역 가이드라인으로 의견을 내 저희가 설계를 변경하면 발주처분들이 항의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문가 TF팀을 구성, 설계사가 유연하게 설계할 수 있도록 소방청 차원의 가이드라인이 신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능위주설계 업무 프로세스의 통일 필요성도 언급했다. 최 기술사는 “관할소방서 접수부터 심의까지 보통 20일의 시간이 주어진다. 그러면 조치계획서를 작성하는 데 시간이 5~7일밖에 없다”며 “심의위원 의견이 최소 120가지가 제출되는데 이 시간은 너무 짧다. 30일로 시간을 늘려야 높은 질의 조치계획서가 나올 거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성능위주설계 심의단이 의견을 낼 때 대책방안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장근호 기술사는 “심의단의 의견이 많을 땐 250가지가 나온다. 이럴 경우 설계자가 일일이 답변할 수 있는 시간이 없다”며 “설계 과정에서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았다고 생각된다면 최소한 어떤 방법으로 하는 게 좋겠다는 대안을 함께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표준 가이드라인이 개정되면 왜 바뀌었는지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해 설계자와 심의위원이 공유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희문 기술사는 성능위주설계의 품질 확보를 위해 대가 기준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김 기술사는 “성능위주설계가 좋은 제도라는 건 소방기술자와 소방산업 종사자 모두 공감할 것”이라며 “하지만 현재 성능위주설계의 용역비 산정 기준이 없어 업체 간의 눈치 보기로 설계비가 낮아지고 이는 품질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성능위주설계의 무용론까지 거론되는 실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기술사는 “이런 문제 때문에 설계자는 화재안전 구현이 아닌 어떻게 하면 심의를 빨리 통과할 것인지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며 “하루빨리 성능위주설계의 대가 기준을 합리적으로 정해 적정한 설계비를 받아 품질을 높이는 선순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진 토론에는 김학중 숭실사이버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가 좌장으로 나섰다. 또 박경환 회장, 윤해권 한국안전인증원 연구소장, 발표자들이 패널로 참여했다.
윤해권 소장은 성능위주설계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기 위해선 설계자와 심의단 모두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윤 소장은 “일부 설계자들이 기술적인 내용을 고려하지 않고 설계하고 있다. 그러니 심의의견에서 화재안전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계속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심의단도 중복된 의견을 제출하는 부분이 많아 서로 간의 많은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경환 회장은 “성능위주설계 가이드라인과 관련해 소방청과 기술사회가 로드맵을 마련하고 있다”며 “설계방법을 구현하는 공학적 기준과 실현 방법은 설계자가 제시하는 방향으로 재정리하자고 의견을 모았고 향후 TF팀을 구성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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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호 기자 parkjh@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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