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차량 사고 벌써 잊었나 ‘앞뒤 바뀐 정책’ | ||||||||||||||
- 소방방재청 내용연수 확대 이유 알고보니… - 노후율 축소 내용연수 확대는 ‘시기상조’ - 예산 확보와 정비체계 정립이 ‘급선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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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작 중요한 노후차량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실질적인 대안은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추진되고 있어 ‘소방차량의 노후율이 심각하다’는 여론무마용 대책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지난해 소방방재청은 ‘소방차 및 공기호흡기의 내용연수 재설정을 위한 실증연구’를 H대학교 산학협력단에 발주해 용역을 진행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연구를 통해 얻어진 결과물을 정책에 반영시킨다는 것이 소방방재청 설명이다. 박연수 소방방재청장은 소방차량 내용연수 기간 확대 추진 이유를 묻는 기자 질문에 “과거 관련용역이 진행되어 그 결과에 따라서 추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직접 지시를 한 적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조성완 소방정책국장은 “소방차량의 제조기술이나 성능 등을 봤을 때 현재 내용연수 기준이 타당한지 분석한 연구용역 결과에 따라 추진하는 것”이라며 “소방차량의 안전성은 검수와 유지관리를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한데 내년부터 한국소방산업기술원에서 검수센터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게 되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방차량 노후율은 지난 2008년 국정감사를 비롯해 언론 등에서 큰 문제로 지적되면서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사안이다. 현장에 출동한 노후 사다리차가 펴지지 않거나 소방훈련에 쓰이던 소방차량이 파손되면서 인명피해가 발생되는 등 크고 작은 사고들이 잇따라 발생했기 때문이다. 소방방재청은 연구결과를 반영시켜 내용연수 조정을 추진한다는 입장이지만 일선 현장대원의 안전을 위협하고 결국엔 국민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번호에서는 소방방재청이 내용연수 확대 추진을 위한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는 연구결과의 타당성을 따져보고 소방차량의 노후율 감소를 위해 우선적으로 해결돼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집어보고자 한다. 연구용역 결과 들여다 보니 … 2009년 11월 제출된 연구결과 최종보고서에는 소방차량의 내용연수 조정 뿐 아니라 관리적 측면의 개선점과 예산 확충 필요성, 교육체계 확립 등에 대한 내용도 강조하고 있다. 이 연구 보고서에는 선진 외국에 비해 소방자동차의 특장부분에 있어 관리점검의 문제점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으며 체계적인 관리운영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소방자동차의 특수성으로 인해 특장의 정도와 특장이 노후화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느냐가 중요하고 소방자동차의 내용연수에 관련해서는 소방자동차보다는 특수장비에 대한 정비와 관리가 문제’라고 언급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특수정비 점검과 정비 인력에 대한 채용 및 교육이 요구되고 있으며 소방차량 정비창의 신설도 제안하고 있다. 결국 차량의 내용연수 보다는 특장부분의 정비와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면서도 소방차 제조기술의 발전과 점검, 정비시스템의 개선 등 환경변화와 선진국의 내용연수 기간과의 차이 등을 이유로 들며 내용연수 확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점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국내 소방차 수준이 선진국과 비슷? 연구용역 결과에는 ‘우리나라 차량의 질적, 양적 생산수준은 수 년 전부터 이미 선진국과 비교해 대등한 상태이고 현재 우리나라의 소방차 내용연수는 우리의 위상과 기술력 그리고 설계 및 정밀 가공기술을 고려해 볼 때 선진국에 비해 너무 단기간으로 이뤄져 있다’고 나타내고 있다.
즉 우리나라 소방차량 수준이 선진국 차량과 비교할 때 뒤쳐지지 않기 때문에 내용연수 기간을 선진 외국과 같이 확대해도 무방하다는 해석이다.
이유는 차량의 품질 문제였다. 최저가 낙찰 구매제도가 부실업체를 양산하면서 한 업체가 저가로 입찰을 수주해 비정상적인 가격에 하청까지 줬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제조사는 설계오류까지 범했고 노후자재를 사용한 것도 모자라 용접상태도 엉망이어서 사다리 안전에 치명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소방방재청 조사결과 드러났다. 일부 업체의 제조 행태가 문제일 수 있겠지만 해당 차량이 검수를 통과해 일선관서에서 배치됐다는 점을 볼 때 국내 소방차량의 제작 수준이 선진국과 비교할 정도의 수준인가는 다시한번 집어봐야 할 대목이다. 소방차량은 지난 1998년 3월 소방차 제조능력을 검증하는 허가제도가 폐지되면서 올해 초까지 최저가 입찰방식으로 소방차량 제작과 납품이 이뤄져 왔다. 품질저하와 부실업체가 우후죽순 늘어나자 소방방재청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저가 낙찰방식을 탈피하고 올해 3월부터는 다수공급자계약(MAS)제도로 입찰방식을 전환해 시행에 들어갔다. 소방차량 품질향상을 위한 낙찰방식이 최근에서야 도입되면서 차량의 품질향상을 기대할 수 있는 시점에 도달했지만 이제 겨우 시작단계에 들어섰기 때문에 과거 모든 특장차량의 품질적 수준이 선진국과 대등하다는 분석은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 또한 일본의 경우 차량의 품질은 물론 정비창을 통해 7년 경과 후 1회, 이후 매 5년마다 소방차량을 완전분해하여 점검하는 등 체계적인 정비가 이뤄지고 있어 국내보다 긴 내용연수 기간설정이 가능하다는 게 일부 전문가의 시각이다. 소방차량을 제조하는 업계조차 국내 차량의 질적 수준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소방차량 제조업체인 A사 관계자는 “소방차량은 지금까지 저가 입찰로 운영되어 왔기 때문에 오스트리아의 Rosenbauer나 독일 Magirus 등과 같은 수준에 비해서 질적 수준이 떨어진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B사의 관계자 또한 “우리나라 소방차량의 가격은 외국과 비교했을 때 터무니 없이 낮은 가격이었다”며 “차량의 가격만 봐도 제품의 품질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겠냐 ”고 했다. C사 관계자는 “국내 소방차량이 해외 선진국과 비교할 때 부족함이 없다는 것은 엉터리”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문제 많은 노후소방차 벌써 잊었나… 지난 2007년 5월 17일 발생한 원묵초등학교 굴절사다리차 학부모 추락사고는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안겨줬다. 당시 굴절사다리차를 이용해 건물 대피체험을 실시하던 중 탑승 바스켓과 사다리를 연결하는 와이어가 끊어져 바스켓이 기울어지면서 학부모 3명이 24m아래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2명의 학부모가 숨지고 1명의 학부모가 깊은 부상을 입었다. 당시 사고가 일어난 굴절사다리차는 8년 5개월 된 차량이다. 12년의 내용연수 기간이 설정된 차종이지만 이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안전사고를 유발했다. 소방방재청 조사결과 이 사고는 노후 차량을 짧은 시간에 무리하게 반복 사용해 탑승바스켓을 지지하는 와이어가 마찰에 의해 파손된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지난해 4월에는 경기도 본부에서 11년된 굴절차량의 기립실린더 용접부위가 파손되면서 인근 주차창의 차량까지 파손시켰고 이 또한 내용연수 기간과 비슷한 시기에 문제가 발생했다. 지난 2005년에는 경기도 군포시에서 발생한 화재현장에 13년 된 고가사다리차가 출동했지만 노후로 인해 사다리가 펴지지 않아 인명피해를 키우면서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됐다. 내용연수 기간을 1년 초과한 차량이었다. 이 밖에도 2007년 9월 대전소방본부에서는 뒤 타이어가 파손된 펌프차가 고속도로에서 전복되는 사고로 소방관 1명이 순직하고 1명이 경상을 입었으며 같은 달에는 화재현장 언덕길에서 펌프차량 브레이크가 밀리면서 소방공무원 1명이 순직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영동고속도로에서 고장난 물탱크차를 살펴보기 위해 차에서 내리다 뒤에 오던 5톤 트럭에 치여 소방관 1명이 순직하는 등 노후 소방차량의 잦은 고장으로 인한 안전사고는 끊이지 않게 발생되고 있다. 소방차량 예산확보와 정비체계 정립이 우선! 소방차량의 노후율 문제는 예산부족에 따른 장비교체율이 부진한 것이 근본적 이유이다. 소방방재청 자료에 따르면 현재 소방차량 예산은 각 시도에서 연평균 지방비 600억원 정도를 투입한다. 하지만 매해 160대 이상의 노후차량이 생겨나면서 오는 2013년에는 전체차량 노후율이 약 40%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소방업무가 지방사무로 인식되면서 소방예산에 대한 국비지원이 저조하고 소방장비 교체를 위한 각 지자체의 투자가 인색한 현실이어서 소방차량을 국고보조금 대상으로 확대하거나 중앙 지방간 소방재정 분담 체계를 늘리는 등의 대안이 우선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소방방재청이 내용연수 기간을 확대하더라도 예산 확보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약 3년의 세월만 노후율이 줄어들 뿐 결국 제자리로 돌아오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난무하고 있다. 소방방재청도 최근까지 이를 위해 법안 개정 등의 노력을 해오다가 갑작스럽게 내용연수 기간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어서 일선에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또한 소방차량의 내용연수 기간 확대를 위해서는 안전성을 보장하기 위한 정비시스템의 정립을 통해 유지관리 방안을 체계화 시키고 장기적인 성능개선 변화를 살펴본 후 확대하는 것이 타당하다.
소방방재청은 올해 초 발생한 ‘사다리차 붕괴 사고’ 이후 소장장비의 검수와 정기적인 성능점검이 가능한 ‘검수센터’를 설립하기 위해 내년도 예산(55억원)을 기획재정부에 요구한 상태이다. 문제는 이제야 소방차량의 특장부분의 정비체제를 갖추기 위한 시작점을 찍는 수준에서 내용연수 기간만을 먼저 확대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점이다. 소방방재청이 명분으로 내세우는 연구결과에서도 ‘내용연수 연장으로 인한 안전성은 체계적인 정비체계와 교육체계의 수립으로 확보가 가능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소방방재청의 이번 내용연수 확대 추진이 ‘시기상조’라는 비판은 이어질 전망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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