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밀폐공간 구조(confined space rescue)- Ⅰ

Dr.risk 2024. 3. 4. 19:12

우리나라엔 밀폐공간 구조교육이 없다?!?

국외연수를 통한 교육은 이번이 두 번째다. 첫 번째는 대만에서 진행된 급류구조 교육이었고 이번엔 미국에서 시행한 밀폐공간 구조 전문과정을 수료했다.

 

서울시에는 글로벌 연수 프로그램이 있어 전 공무원을 대상으로 연수계획서를 심사해 국외 선진프로그램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한다.

 

 

소방학교의 교육과정과 전문가 양성에 도움을 받고자 지원했는데 최종 선발됐다. 그 결과 미국 뉴욕과 시카고에서 소방 관련 기관 등을 방문하고 밀폐공간 구조교육에 직접 참여할 기회를 얻게 됐다. 교육비가 책정되지 않아 사비로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점은 좀 아쉬웠다.

 

밀폐공간 구조교육과정에 관심을 두게 된 건 우리나라에 별도의 전문교육과정이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유사한 ‘인명구조사’ 자격 평가 중 맨홀구조 평가항목이나 맨홀사고 구조를 대비해 팀끼리 자체적으로 수행하는 훈련을 제외한다면 전무하다. 

 

하지만 미국엔 전문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단체가 많다. NFPA 협회 등 각종 법령 기준에 따른 교육이 보편화 됐다. 그래서 이런 부분을 배워와 구체적인 커리큘럼을 정립해 교육을 일원화하고 발전시키고자 미국으로 향했다.

 

밀폐공간(confined space)이란

밀폐공간은 설계상 출입구가 한정되고 공간 내 위험한 공기 오염 물질을 포함하거나 생성할 수 있는 공간을 뜻한다. 또 환기가 좋지 않아 평상시 지속해서 사용하지 않고 특수한 목적을 위해 일시적으로 사용되는 공간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다시 말해 confined space란 문자 그대로 단순히 밀폐된 공간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위에 언급된 걸 충족해야 한다.

 


▲ 산업 공간 내 시설(출처 Elevated Safety)

 

▲ 산업 공간 내 유류 탱크(출처 prettygoodcourses.com)

 

제한된 공간의 종류는 터널이나 하수관, 정수장, 탱크로리, 철도용 유류 탱크, 맨홀 공간 오수ㆍ우수관, 산업 공간 내 시설, 화학단지 내 탱크, 선박 내 코퍼댐 등이 포함된다. 하나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곳을 지칭한다.

 

북동부 일리노이주 공공안전 아카데미(Northeastern Illinois Public Safety Training Academy)는 훈련센터로 소방과 경찰, 군, 정부 기관뿐 아니라 민간 업체에까지 공공안전에 대한 교육을 진행한다. 

 

필자가 갔을 땐 민간과 재직소방관 등이 훈련 중이었다. 우린 서울소방 최초로 NIPSTA 훈련센터에 소속된 Elevated Safety 기관에서 교육받을 수 있었다.

 

Elevated Safety는 로프와 밀폐공간, 화학사고, 전기사고 등 분야에서 안전 작업과 구조절차에 대해 기본ㆍ일반ㆍ전문과정으로 나눠 교육한다. 밀폐공간 구조는 세 단계로 구성된다.

 

▲ 밀폐공간 구조 코스(출처 Elevated Safety)  © 소방방재신문

 

그중 밀폐공간 구조 기술자과정은 사전에 개인 자격 현황을 확인한 후 제한된 공간 기술자 수준에 대한 NFPA 1006/1670(OSHA) 기준에 맞춰 4일 코스로 진행된다.

 

밀폐공간 구조 이론교육

이론교육에선 밀폐공간 구조ㆍ장비에 대한 NFPAㆍOSHA 등의 미국 기준 전반적인 설명을 들었다. 밀폐공간에 진입할 때 PEMTE(출입허가서) 제출 등에 대한 안전수칙과 작업자에 관한 법령, 조치사항, 안전교육 등 법령 기준을 알아볼 수 있었다.

 

밀폐공간 사고사례를 교육받던 중 2019년 골든레이호 전도사고에 대한 설명을 자세하게 들을 수 있었다. Elevated Safety 팀은 직접 이 현장에서 구조 활동을 전개한 바 있다.

 

▲ 골든레이호 전도(출처 mnews.sbs.co.kr/news/endPage.do?newsId=N1005429585)

 

▲ 골든레이호 구조(출처 www.joongang.co.kr/article/23574799#home, 액션뉴스 트위터 캡쳐)

 

• 밀폐공간 사고 – 골든레이호 선박 구조

2019년 미국 조지아주 인근 해상에서 대형 선박인 골든레이호(우리나라 선박, 자동차운반선)가 좌현으로 전도된 일이 있었다. 사건 당일 골든레이호 승선자 24명 가운데 20명은 구조했으나 선체 화재로 한국인 선원 4명이 고립됐다. 

 

USCG(미국해안경비대)와 Elevated Safety 팀이 협업해 41시간 만에 약 60°가 넘은 선박 뒤쪽 프로펠러 샤프트 룸에서 선체에 약 2.5inch가량의 구멍을 사각 모양으로 뚫어 안전하게 구조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7월 발생한 전남 화순군 소재 정수장에서 설비기사가 맨홀 내 밀폐공간 누수 배관 교체 중 쓰러진 사고와 관련해 재사고 방지를 위한 사고사례가 전파되고 있다. 이번 교육을 통해 미국의 밀폐공간에서의 작업기준과 우리나라의 ‘산업안전기준에 관한 규칙’에도 밀폐공간에서의 작업자 안전수칙 등에 대해 자세하게 명시돼 있다는 걸 알게 됐다.

 

하지만 ‘우리나라 소방관도 이런 기준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작업자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도 없는 것 같았다.

 

기회가 된다면 우리나라 산업안전보건공단(KOSHA)1)에 대한 법령 기준과 비교해보고 우리나라의 문제점과 구체화해야 할 대책이 무엇인지 다시금 짚어보고 싶다(KOSHA에 근거한 구조계획과 작업자의 안전교육 등에 대한 지침ㆍ기준 등).

 

서울소방의 경우 비교적 밀폐공간에 대한 구조시스템은 이미 잘 알고 있다. 이번 교육을 통해 배운 구조에 필요한 절차 등은 서울소방학교 밀폐공간 구조교육 전문교육과정으로 좀 더 자세히 다뤄볼 예정이다.

 

밀폐공간 진입에 대한 여덟 가지 절차의 이해

1. 진입 허가

▲ PERMIT(진입 허가서) 4페이지 중 1(출처 Elevated Safety)


2. 전기차단(LOTO: LOCK OUT, TAG OUT)

▲ (왼쪽부터)전원차단 후 잠금장치 설치, 잠금 후 열쇠 이원화 관리

 

3. 공기측정

4. 환기

5. 진입

6. 백업

7. 진입자는 하네스와 라이프라인 필수

8. 앵커와 회수

 

우리나라도 절차에 대한 체크리스트와 구조흐름도를 구체화해 절차에 맞도록 현장을 지휘하고 운영할 필요가 있다.

 

밀폐공간 구조에 필요한 로프 훈련

이론 수업 후 로프 매듭법과 앵커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한국 소방관이 매듭을 모두 인지하고 있어 살짝 놀라는 눈치였다. 한국 소방의 로프에 관한 지식과 열정은 선진국에 절대 밀리지 않는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었다.

 

개인보호장비(하네스 등)를 지급받고 로프에 대한 기본적인 훈련이 진행됐다. 

 

“한국에서는 몇 ㎜, 어떤 종류의 로프를 주로 사용하나요?”

“구조용으로 11㎜의 스테틱 로프를 사용합니다”

“미국 소방관들은 아직 12.7㎜를 주로 사용합니다. 하지만 우리 Elevated Safety 팀도 11㎜를 선호해요”

 

참고로 일본의 경우는 PP로프2)를 주로 사용한다. 나라별로 다르게 운영되고 있으며 사용 용도에 따라 장단점이 있다.

 

▲ 밀폐공간에서 삼각대 설치

 

▲ 삼각대 윈치를 이용한 로프 당김 시스템

 

▲ 좁은 공간에서 사용되는 들것 장비


그 외 여러 형태로 밀폐된 협소 공간에서 높은 지점을 만들어주기 위해 삼각대를 다양하게 설치하는 방법을 배웠다. 구조대상자를 안전하게 패킹해 위험지역에서 안전지역으로 이동하는 방법도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