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

소방이래도 좋은가?

Dr.risk 2010. 9. 10. 23:02
소방방재청도 인정 안하는 소방설계ㆍ감리업의 전문성
정체성 없는 입법개정안 소방기술사회ㆍ소기협ㆍ전교협 발끈
 
김영도 기자
특별기획 - 공정한 사회로 가는 길 Ⅰ


'소방방재청도 인정 안하는 소방설계ㆍ감리업의 전문성'


- 전문소방설계ㆍ감리업 타법에 비해 제도의 형평성 낮아
- 정체성 없는 입법개정안 소방기술사회ㆍ소기협ㆍ전교협 발끈
- 설계업무 부적정 행위 실태 조차 파악 못하는 소방방재청
- 민원업무 담당자 바뀌면 모든게 ‘리셋’ 제도개선의 연속성 상실
- 공정한 사회 구현의 키워드 PQ제도롤 갑과 을 종속적관계 근절

내 자식 굶어 쓰러져가는데 밥 걱정 없는 남의 자식에 고심하고 있는 소방방재청의 정체성 없는 행태에 대해 불만이 폭발했다.

화재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설계하고 안전성을 확립해야 할 전문소방 설계ㆍ감리업이 최근 정체성 없는 정책 운영으로 전문성에 대한 영역이 희석되는 등 소방산업의 근간 자체가 뒤흔들리는 위기가 초래되고 있어 참다못한 관련 단체들이 성토하고 나섰다.

한국소방기술사회, 한국소방기술인협회, 전국대학소방학과교수협의회 등은 소방방재청이 지난달 11일 입법예고한 소방시설공사업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에 대해 각각 의견서 내지 건의서를 소방방재청에 제출하면서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그동안 소방방재청과 우호적인 관계를 지속해오던 한국소방기술사회가 양팔을 걷어붙이고 청과의 전면전도 불사하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보이고 있어 그간의 행적을 비쳐볼 때 매우 이례적인 일이어서 쉽게 사그라들 것 같지 않다.
 
▲ 좌로부터 한국소방기술사회 박승민 회장ㆍ한국소방기술인협회 이상용 회장ㆍ전국대학소방학과교수협의회 허만성 회장     ©소방방재신문

왜 그들은 분노하고 있나?

소방방재청이 개청된지 6년째로 접어들고 있지만 소방이라는 전문영역을 확보하거나 입지를 제대로 세우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지난 10여년 동안 대내외적으로 끊임없이 제기되는 등 전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 소방방재청을 바라보는 공통된 시각이다.

먼저 한국소방기술사회와 한국소방기술인협회 양 단체는 주무부처인 소방방재청에 전문 소방설계업에 대한 보호장치 마련과 소방감리원 배치기준의 강화 등을 오래전부터 지속적으로 주장해왔지만 이에 대한 의견을 무시한 이번 입법예고는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또한 전국대학소방학과교수협의회도 일반설계 보조인력을 2명에서 1명으로 축소하는 내용이 있어 연간 3천여명 배출되고 있는 졸업생들의 취업이 더욱 좁아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는 개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갈등의 골은 더욱 심화될 조짐이다.

특히 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지금까지 줄곧 정책기조를 유지해오고 있는 청년실업 해소라는 측면에서 볼 때 보조인력 축소 개정안은 중앙부처의 정책기조와 상당히 동떨어지는 입장이어서 제도개선을 통한 소방발전이 아닌 후퇴를 예고하고 있다는 평이다.
 

쓰러지는 전문소방설계업
전문소방설계업은 흑자부도의 연속이다. 장부상으로 벌어들이는 돈은 있어도 실제 만질 수 있는 돈은 없다는 것이다. 건축설계사무소들이 결재를 차일피일 미루는 동안 리스크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감당할 수 없는 처지에 이르게 하고 있다.

실제 강남에 있는 한 전문소방설계업체 대표이사는 작년에 받아야할 결재대금을 반년이 지나도록 받지 못했다며 어려움을 호소한다. 비단 이 기업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전문소방설계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내용이다.

더욱이 시공사나 발주처가 설계를 건축사무소에 일괄적으로 발주하면서 건축사무소가 또다시 전기, 기계설계에 소방설계를 포함시켜 재발주하고 여기서 다시 다단계로 전문소방설계에 발주하고 있어 제대로된 설계의 품질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발주과정에서 갑과 을의 관행에 따라 중간 소개비 명목으로 금액이 많게는 20, 30%까지 떼이고 결재대금을 2, 3년 지지부진하게 미뤄오면서 결국에는 결손처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지만 어디에도 가슴을 열고 하소연할 곳 없다.

그렇게 사업할 바에는 업을 접어버리면 될 일 아닌가 하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업체들로서는 결재대금을 병아리 오줌 누듯이 찔끔찔끔 주는데 배겨날 장사 없다. 다시말해 코 꿰여 끌려가는 송아지 신세 마냥 종속적인 관계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것이다.
 

전문업역 해치는 도장빵
한국소방기술사회는 “소방시설공사업법 제4조 및 공사업법 시행령 제2조에 의한 소방시설의 설계에 대한 영업범위가 ‘전문소방시설설계업’ 및 ‘일반소방시설설계업’으로 규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정 규모이상을 설계할 수 없는 일반소방시설설계업 또는 소방시설설계업을 등록하지 않은 무면허업체들이 소방시설 설계업에 대한 영업행위를 할 수 없는데도 관행적으로 재하도급하는 형태의 불법행위를 자행하고 있어 건전한 소방산업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며 강하게 성토하고 있다.

설계하도급의 형태를 살펴보면 건축주 또는 시행사인 발주처가 소방시설설계업체에 직접 발주, 공동수급하는 것과 건축주 또는 시행사인 발주처가 소방시설 설계업무를 포함하는 모든 설계를 종합건축설계사무소에 일괄 발주하여 소방시설설계업체에 외주로 하도급하는 형태가 있다.

이와 함께 최악의 형태는 종합건축설계사무소가 건축기계설계업체와 건축전기설계업체에 외주를 주고 이를 재차 소방기계ㆍ전기설계업체에 하도급하는 것으로 불법영업 행위에 속하며 전문소방설계업이 공종업계에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근본적인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일명 ‘도장빵’이 성행하면서 전문소방설계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소방방재청의 단속이 전무해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절실하다.

‘도장빵’은 설계영업 범위에 해당되지 않는 일반 설계업체가 전문소방설계를 수주받아 소방설계를 하고 이를 다시 전문소방설계업체의 날인을 받아 설계도서를 납품함으로서 전문소방설계업에 대한 전문성과 입지를 약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종속적 관계에 있는 전문소방설계업체들로서는 끌려갈 수 밖에 없어 제도적인 보호장치가 마련되기 전까지 갑과 을의 부적절한 관계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같은 폐단으로 인해 전문 소방기술사가 설계해야 할 일을 일반 기사가 설계하게 되어 품질이 저하될 수밖에 없는 것은 명약관화한 사실이고 결국 최종 소비자인 국민이 피해를 고스란히 감수해야 하는 결과를 안게 되어 있다.

더욱이 안전이라는 측면에서 건축물의 복합화, 대형화, 고층화 되는 시대상을 비쳐볼 때 기술적으로 보다 세밀화 된 성능위주 소방설계의 전문성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

기술사법에 의한 설계업무 관련법 조항을 비쳐보더라도 기술사는 과학기술에 관한 전문적 응용능력을 필요로 하는 사항에 대하여 계획ㆍ연구ㆍ설계ㆍ분석ㆍ조사ㆍ시험ㆍ시공ㆍ감리ㆍ평가ㆍ진단ㆍ사업관리ㆍ기술판단ㆍ기술중재ㆍ기술자문ㆍ기술지도를 직무로 하고 있다.

또한 건축법에 의한 설계업무 역시 대통령령이 정하는 지역, 용도, 규모 및 구조의 건축물의 건축 등을 위한 설계는 건축사가 아니면 할 수 없도록 명시하고 있으며 최하 바닥면적 5백제곱미터 이상의 건축물을 설계할 수 있고 건축전기설비기술사의 설계도 국가기술자격법에 의한 전기분야기술사가 작성하도록 되어 있다.

소방시설의 설계도 전문기술자에 의해 설계도서가 작성되고 서명, 날인되어 전문공사업체에 의한 설치 및 시공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공식적인 소방기술사회의 입장이다.

하지만 전문소방설계업이 건축, 전기, 기계 등 타 공종분야에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관련 제도가 엄연히 존재해도 업종을 규제하는 차원의 법적용일 뿐 업역 발전을 위한 제도가 되지 못하고 있다는데 기인한다.
 

형평성 맞는 법개정 시급
한국소방기술사회는 이번 입법개정안과 관련해 소방시설설계업의 등록기준 및 영업범위에 관한 의견으로 소방기술사가 아닌 소방설비기사가 설계하는 일반소방시설설계업의 영업범위를 연면적 기존 3만제곱미터에서 5천제곱미터 미만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내용의 제도개선을 촉구했다.

한국소방기술인협회도 소방기술사 보다 영업범위를 축소해 일반소방시설설계업의 합산연면적 1천제곱미터 미만으로 개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과거 소방 수요에 비해 소방기술인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3만제곱미터가 적정수준이었다고 볼 수 있었지만 전문기술인력들이 양성되고 배출되고 있는 현 상황에 맞게 당시의 기준을 현실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타법과 비교했을 때도 전문성 영역확보 차원에서 형평성이 많이 벗어나 보인다. 건축설계의 경우 건축사가 아니면 설계할 수 없도록 규정해 전문성에 대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해 놓았으며 건축기계설비나 건축전기설비 설계기준 및 영업범위를 축소해놓고 있다.

건축기계설비의 경우 관련법령에 따라 최소 1천제곱미터에서 3천제곱미터 미만으로 규정하고 있고 건축전기설비는 전압단위 기준으로 일반용 전기설비 범위인 전압 600V 이하의 용량 75KW미만 전기설비와 10KW미만인 비상용 예비발전기에 기준을 두고 있다.
 

소방감리원은 홍길동의 후예
대단위 아파트 단지 공사현장의 아파트들은 하루가 멀다하게 여러 동이 동시에 한 개 층씩  콘크리트 타설이 되어 올라간다. 여기에 상주하는 소방감리원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단 한 명에 불과하다. 소방감리원 한 명이 30~40개의 동을 동시에 감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당연히 시공상의 품질저하가 우려될 수밖에 없지만 당국은 수수방관이다. 법적으로 1인 이상을 배치하도록 규정해 놓았기 때문에 인력이 필요하면 현장에 맞게 더 배치하면 될 것 아니냐는 반응이 앞선다.

건설시공사가 1인이상으로 규정해 놓은 법에 따라 한 명만 배치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굳이 비싼 인건비를 들여가며 2~3명의 소방감리원을 배치할리가 만무하다.

또한 합리적이고 적법하게 감리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배치기준을 마련하지 못함으로서 부실감리와 부실시공 등의 이유로 준공을 앞둔 감리원이 퇴사로 이어지기까지 한다.

롯데건설의 현장을 제외한 대한민국 어느 건설현장을 가도 2명 이상의 소방감리원을 두고 있는 곳은 없다. 롯데건설은 다행히 화재안전에 대한 기업문화가 정착되어 유일하게 2명 이상의 전기ㆍ기계 분야로 나누어 소방감리원을 현장에 배치하고 있다.

한국소방기술사회는 1인 소방감리원 배치에 대해 “소방공사 감리대상의 특정소방대상물 규모 등에 무관하게 공사기간 동안 상주, 일반감리 형태로 감리원 1인만 배치되어 대형 및 초대형 특정소방대상물 현장의 경우 공사시기ㆍ단계별 감리업무 추진과정에서 1인 소방감리자 업무 과다로 감리업무의 한계성에 따른 소방시설공사의 품질저하로 이어져 소방감리제도의 실효성에 문제가 제기된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소방공사감리의 종류와 참여 감리원수가 특정소방대상물의 규모, 용도별 특성과 난이성 및 기술적 요구수준에 부적합하다는 지적으로 일정 규모이상의 대형 특정소방대상물 현장의 소방감리원 추가배치 및 배치기준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소방기술인협회는 “건설기술관리법 및 주택법의 적용을 받는 건축 및 전기감리원의 배치의 경우에는 면적별 또는 공사금액에 따라 감리원의 배치수를 규정하고 있는 반면 소방시설공사감리원은 공사규모에 관계없이 한 명만이 공사감리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감리원의 배치기준 등 법 규정은 최소기준만을 적용하는 것이 보편적이기 때문에 타 분야 건축, 전기 감리 등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해 규모에 따라 배치인원을 연면적, 공사비에 따라 적정인원을 배치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건축과 전기는 공사규모와 공사금액에 따라 보조감리원의 배치를 규정하고 있는 것은 발주자에게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자율적 계약에 의해 추가 배치할 것이라는 기대를 할 수 없어 배치기준을 명문화해 규정하고 있다.

전력기술관리법 운영요령에 따른 공동주택 등의 감리원 배치기준을 살펴보면 공동주택 3백세대 이상 8백세대 미만인 경우 책임감리원 1인을 포함한 감리원 1인 이상을 총 공사기간동안 배치하게 되어 있다.

아울러 800세대 이상일 때는 책임감리원 1인을 총 공사기간동안 배치하고 보조감리원 1인 이상을 총공사기간대비 50% 이상 배치하되 400세대를 초과할 때마다 총 공사기간대비 50% 이상 추가 배치하도록 합리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 건축물의 경우에도 연면적 1만제곱미터 이상 3만제곱미터 미만일 때는 책임감리원 1인을 포함한 감리원 1인 이상을 총 공사기간동안 배치하고 연면적 3만제곱미터 이상의 경우 책임감리원 1인을 총 공사기간동안 배치하며 보조감리원 1인 이상을 총공사기간대비 50% 이상 배치하되 2만제곱미터를 초과할 때마다 총 공사기간대비 50%이상 추가배치하도록 규정했 놓았다.

소방감리원 배치기준이 타법과 비교했을 때 형평성이나 전문성에 있어 상당히 낙후되어 있다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전기는 최소 상주 감리원을 책임과 보조 2명으로 운영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면서 연면적 또는 세대수에 따라 비례적으로 배치할 수 있도록 근간을 마련해 놓았기 때문이다.

소방시설공사업법이 부실한 것인지 소방감리업체가 부실한 것인지 반문해 볼 필요가 있다.
 

미래가 없는 소방산업
소방방재청은 이번 소방시설공사업법 입법개정안을 통해 일반설계 보조인력을 2명에서 1명으로 축소하는 획기적인 방안을 내놓았다.

교육은 미래를 농사짓는 백년대계의 사업이라고 하지만 현재의 소방사회 구조를 조명해 볼 때 아쉽게도 소방은 미래에 대한 계획성이 불확실하다는 사실을 이번 개정안을 통해 다시 한 번 각인시켜 준 결과를 초래한 셈이다.

전국대학소방학과교수협의회에 따르면 전국 소방관련 학과가 80여개로 늘어나면서 한 해 3천여 명의 졸업생이 배출되고 있지만 취업할 수 있는 인력이 제한되면서 전문소방기술인력으로 양성될 수 있는 현장여건이 조성되지 못해 소방의 백년대계를 설계하는 인재양성이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고 한다. 이들 졸업생 모두가 소방공무원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각 지역 소방본부 특채비율이 수요만큼 확대 되지 않는 이상 취업의 문은 극히 제한될 수밖에 없고 소방관련 산업체로 취업 방향을 선회해야만 한다.

소방산업체라고 해서 취업사정이 좋을리 없다. 건설경기 침체로 수급 물량이 현저하게 줄어버린 상황에서 새로 인력을 채용한다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고 취업한다고 해도 열악한 근무환경에 비해 낮은 급여수준은 이직률과 직결되어 인재양성의 걸림돌이 되어버린다.

실상은 이러한데도 보조인력을 확대하기 보다는 축소로 개정안을 내놓으면서 소방관련학과 교수들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으며 현 정부의 청년일자리 창출에도 역행되는 입법개정안은 다시 한 번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한국소방기술인협회는 “소방학과 전공자의 취업 기회를 제공하여 유입된 전공자의 전문기술인력의 양성에 이바지할 필요가 있으며 지금보다 3~4명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국소방기술사회도 제도개선을 통해 “전문적인 소방산업 발전에 따른 소방관련 학과생, 소방기사, 소방산업기사의 일자리 창출로 소방을 전공하는 청년실업자의 해소에 기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업계, “PQ제도 시행만이 살 길”
한국소방기술사회는 이번 입법개정안 가운데 소방시설설계업의 영업범위 개선과 관련해 “불법으로 자행되는 재하도급의 위법사례를 방지하고 소방행정의 투명성과 소방시설설계업의 무면허 영업행위 근절 및 적법한 소방시설설계업무 절차를 위해 건축허가 동의요구서 제출시 설계용역계약서 사본을 구비할 것”을 요구했다.

이를 통해 전문소방시설설계업 면허를 등록하지 않은 일반소방시설설계업체의 부당 영업행위로 인한 갑과 을이라는 불합리한 종속관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무등록 하도급 및 재하도급 등의 불법 영업을 근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전문성과 합법성을 확보함으로서 소방시설설계업체의 발전을 통해 소방관련 학과 졸업생들은 물론 청년실업자 해소로 이어질 수 있어 소방전문직에 대한 취업 기회를 확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전문소방시설설계업체 관계자들도 소방시설설계업의 등록기준과 영업범위를 준수하는 소방시설설계업체의 권익을 보호하고 건전한 상거래 질서를 준수하도록 하는 설계용역계약서 사본의 첨부로 국가행정의 투명성과 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달 23일 대구EXCO에서 열린 소방시설업의 발전방안 세미나에서 전문소방설계ㆍ감리업 대표자회 박종한 회장은 “소방시설 설계업무 실적의 양성화를 위해 건축허가 소방동의 및 위험물시설 설치허가 시점에서 소방시설설계업 면허업체와의 계약서 사본 첨부를 의무화하고 그 내용을 PQ 경력 및 수행실적관리로 전환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선행보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PQ 제도는 Pre-Qualification의 약자로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라는 의미로 쓰이며 입찰에 참여하고자 하는 자에 대해 입찰에 참가할 수 있는지 경영상태, 신인도, 시공경험, 기술능력 등 사업수행능력을 입찰 전에 평가해 경쟁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적격자를 판단하는 심사제도로 과당경쟁, 덤핑 입찰로 인한 시공의 품질저하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

전문소방설계감리업은 PQ제도에 대한 법적장치가 없어 재하도급 등 갑과 을의 종속적인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해 영세성을 가속화시켜 오고 있어 PQ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뒷짐진 소방방재청
지난 8일 주무부처인 소방방재청 소방제도과에 일반소방시설설계업의 법령위반 사례에 대한 그간의 신고 또는 단속실적에 대해 유선상으로 문의를 했으나 “우리가 일일이 위법현장을 쫓아다니며 단속할 수 있냐”며 짜증스럽다는 듯 여직원의 퉁명스런 항변만 들려온다.

담당자 부재로 같은 과에 다른 직원이 받았다고 해도 문의한 내용과 동떨어진 답변들을 장구하게 늘어놓기 보다 담당자가 돌아오는데로 연락을 취하도록 하겠다고 하는 것이 국민의 세금으로 녹을 먹는 공무원으로서 세련된 대민업무의 기본일텐데 제법 권위적인 모습으로 일관하려 든다.

또 다른 직원은 “소방시설공사업법은 소방산업과에서 담당하고 있다”며 자신과 상관없는 듯 일축하는 모습이다.
소방산업과를 들러 담당자와 사전 취재를 했으며 조직개편 이전에 소방제도과에서 담당해왔던 소관업무이었기에 관련 내용을 보충 취재하려 했던 사항이다.

8일 소방산업과 담당자는 전화통화에서 “법령위반 사례와 같은 자료는 소방제도과에서 통계하고 있으며, 본부단위로 단속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소방방재청은 관련사항에 대한 자발적인 단속 실적이 있기나 한 것인지 관련법령이 제정된지 15년이 지나도록 아직까지도 파악 중이다.

기자가 직접 확인해 본 결과 전국적으로 소방시설설계업체가 가장 많이 밀집한 곳은 서울과 경기(한국소방공사협회 2010년 3월 기준) 지역이었으며 서울재난본부의 경우 설계업무 부적정 행위에 대한 행정처분은 최근 3년간 한 건도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소방방재청은 전문소방설계업체들이 갑과 을의 종속적인 관계로 도산하든 말든 시장논리에 맡긴 채 규제성향의 법만 만들어 놓고 뒷짐만 지고 있는 모양새이어서 공정한 사회구현은 소방업역부터 적용되어야 할 판이다.

이번 입법개정안을 추진해 온 담당자는 “소방설계ㆍ감리업에 대한 법령개정을 안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지난달 11일 입법예고한 소방시설공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마련되면 설계감리에 관한 법률개정도 본격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전하면서 “상위법이 정리되어야 하위법령도 손질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반문했다.

한편으로 소방시설공사업법을 담당하고 있는 직원은 단 한 명 뿐이고 보직도 자주 변경되는 등 과중한 업무로 인해 제대로 업무를 처리할 수 없다는 것도 분명 개선되어야 할 사항으로 비쳐진다.

타 부처와 달리 일년에 두 차례 정기인사가 단행되고 나면 업무의 연속성이 끊어지면서 후임자는 업무 파악하기에도 벅차고 전임자에게 의뢰했던 대민업무는 리셋되어 버리는 결과를 낳으며 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는 반감되어 버리기 마련이다.

한 명의 인적자원으로 화재로부터 국민 생활안전을 설계해야 한다는 정부의 발상 자체가 구태의연한 것은 아닌지 과도한 규제로 발전을 저해하기 보다 유연한 정책운영으로 소방의 미래가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공정한 사회 구현으로 소방발전 도모해야
최근 정부가 신성장동력원 발굴과 육성이라는 측면을 강조하고 있을 때 소방에서 내세울만한 것은 화재진압 및 구급구조활동 외에는 없다. 다시말해 그 외에는 전문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이다.

소방은 화재안전을 다루는 제도와 이에 따른 관련 교육 및 산업이 엄연히 동시에 존재하고 우리 사회의 카테고리를 형성하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발전 정책이 전시적 효과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크다.

예산없는 소방산업진흥법은 무의미하고 해당 분야의 전문가 조차 없는 정책이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으며 계획성 없는 소방교육은 애초에 관심 갖지 않은 것보다 못하다는 인식이다.

사회 안전의 근간이 되는 제도를 만들어 놓고도 제대로 효용적으로 관리를 못한다면 법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없다.

그나마 현 정부가 8.15 경축사를 통해 공정한 사회 구현을 약속하고 있어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타 분야에 비해 낙후되어 있는 소방정책 및 산업구조의 변화를 기대해본다.

공정한 사회구현은 경제적으로 갑과 을의 종속적 관계구조를 타파하고 수평적인 관계로 개선시켜 지속 가능한 한국형 시장경제를 정착시키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출발선상에서 자율과 균등이라는 기회를 주었어도 경쟁과정에서 균등한 기회를 보장받지 못하고 배제되어 벌어지는 빈부격차를 좁히고 시장의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사회경제 모델로 공정한 기회를 통해 반칙과 특권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특단의 정책이다.

이에 앞서 기자는 6일 출근길에 소방방재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