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안전 기술의 발전과 함께 산업구조의 복잡ㆍ다양화가 이뤄지면서 소방분야에도 화재위험평가기술의 활용이 늘고 있다. 최근에는 정부도 화재위험평가기법을 통한 화재안전도 향상을 위해 관련 정책의 발걸음을 내딛는 모습이다. 그러나 화재위험평가 자체를 생소하게 여기거나 바르게 이해하지 못하는 일도 심심찮게 나타나고 한다. 화재위험평가의 올바른 체계 정립은 분야의 기술발전과 정책의 발전까지 가능하게 하는 일이다. 수년간 화재위험평가를 수행해 온 필자는 대한민국 화재위험평가 분야의 발전을 바라는 마음에서 <FPN/소방방재신문> 지면을 빌려 관련 정보와 지식을 논하고자 한다. 참고로 국가화재평가원에선 무료 화재위험평가 체험이 가능한 사이트(Http://tool.kfsl.co.kr)를 운영 중이다. 많은 이들이 위험평가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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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위험도는 ‘화재 발생 가능성 × 화재 후 피해 규모’라고 정의했다. 그렇다면 화재 발생 가능성을 분석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어떤 사업장이나 건물의 화재 발생 가능성을 분석한다는 건 쉽게 말해 가능성이 높은지, 낮은지에 대한 의미다. 어떻게 판단해 어떤 방식으로 표현할 건지에 대한 내용이다. 화재 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위험이 높은 건 아니다. 위험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야 한다.
화재 발생 가능성 분석을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은 통계에 의존하는 거다. 이건 충분히 축적된 자료를 기반으로 한 통곗값이어야 하며 사업장과 건물 유형에 따라 매우 세분화된 통계일수록 신뢰도가 높아진다.
예를 들어 통계를 이용해 A라는 반도체 공장의 화재 발생 가능성을 분석할 경우 단순히 반도체 공장의 화재 발생률만 갖고 통계의 표본을 삼는다면 정확한 분석은 어려워질 거다.
즉 A 공장의 규모와 구조, 구체적인 반도체의 종류, 사업장의 화재 예방 활동 등에 따라 같은 반도체 공장이어도 분석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이런 조건들이 반영돼야 정확한 평가가 가능해지는 이유다.
통계를 이용해 화재 발생 가능성을 평가하는 방식에 대해 오래전부터 외국에서 운용되고 있는 걸 본 적이 있다. 일반건물이 대상이었다. 예를 들어 4층 규모 판매시설과 연면적, 수용인원, 계단수, 주변 환경 등을 입력하면 관련 조건에 맞는 건물에 대한 과거 화재통계를 근거로 화재 발생 빈도와 재산, 인명피해가 정량적으로 분석돼 나오도록 구성돼 있었다.
이러한 방법은 매우 오랫동안 자세한 분류기준에 의해 축적된 통계가 필요할 거다. 비슷한 예로 위험도와는 약간 다르지만 보험사의 보험요율이 이러한 통계를 기반으로 한다.
결국 대부분의 경우 진단을 통해 정량적인 점수로 수치화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원래 위험도의 '가능성' 단위는 건/년 간으로 분석된 후 0~100점으로 표현하거나 5점 척도(매우 낮음, 낮음, 보통, 높음, 매우 높음) 등으로 변환돼야 함에도 말이다.
다음 그림은 발생 가능성을 건/년으로 표시한 위험도 Metrix의 예다. Y축 맨 위쪽의 값은 10년에 한 건 빈도며 맨 아래쪽은 10만 년에 한 건으로 표시돼 있다. 이러한 표시방법은 화재뿐 아니라 지진과 홍수 등 다양한 재해를 상대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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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의 경우 일반적으로 20~50년 빈도로 알고 있으며 지진의 경우에는 100~1000년 빈도로 낮지만 피해 규모가 매우 커 화재와 지진 둘 중 어느 것이 위험도가 높고 낮은지 쉽게 얘기하긴 어려울 거다.
이처럼 위험도의 발생 가능성은 빈도값을 도출하는 게 가장 중요한 과제다. 그러나 분석대상과 분석 결괏값을 활용하는 목적에 따라 빈도값을 도출하지 않고 진단을 통해 분석한 값의 적용도 가능하다.
분석된 결괏값의 상대적인 비교만이 필요할 경운데 예를 들어 어떤 사업장과 건물 내 많은 공간을 하나하나 평가할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이 경우 분석한 많은 공간의 화재 발생 가능성이 높거나 낮은 상대 비교를 통해 화재 방호계획 수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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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발생 가능성을 현실적으로 분석할 방법으로 통계와 진단을 상호보완해 결과를 도출하는 방식을 제안해본다.
예를 들어 화학 공장의 국내 화재통계를 조사해보니 20년에 1건 빈도로 확인됐다. 통계의 신뢰도는 오랜기간일수록 정확하므로 최소 10년 이상의 통계자료를 반영하는 게 좋다. 이런 업종별 통계자료는 소방청과 화재보험협회의 자료를 활용할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A라는 화학 공장의 화재 발생빈도를 분석해보겠다. 우선 평균 발생빈도는 1건/20년이다. A라는 화학 공장은 화재 발생 가능성을 평균보다 낮추기 위해 화재 예방 활동을 잘할 수도 또는 못할 수도 있다. 만일 잘한다면 평균 발생 빈도보다 A 공장의 화재 발생빈도는 낮을 거다. 그리고 진단을 통해 화재 예방 활동을 점수화한다.
점수화하는 방법은 체크리스트 기법이나 공학적 분석기법 등 여러 가지를 활용할 수 있다. 화재 예방 활동을 평가하기 위한 항목의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업종 고유위험 ▲흡연 ▲전력계통 ▲피뢰설비 ▲변압기 ▲화기 작업 ▲기타 점화원 ▲외부로부터의 연소 우려 ▲방화 ▲위험물의 취급과 저장 ▲가연성 마감재 ▲기타가연물 ▲검사 및 시험 ▲안전 문화 ▲안전 관리체계 등이다.
각각의 항목을 평가한 결과 화재 예방 활동 평균점수가 80점으로 도출됐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이 결과가 화학 공장의 평균 화재 발생빈도보다 높아질 건지 낮아질 건지 판단해야 한다.
사실 매우 어려운 부분이다. 이 또한 수많은 통계를 통해 검증돼야 하기 때문이다. 신뢰도를 높일 방법으로는 AHP(Analytic Hierarchy Process) 계층적 분석방법과 같은 전문가들의 경험과 기술을 활용하는 게 좋다.
그리고 평가사업장이 많아지고 자료가 축적되기까지 지속적인 보정을 통해 신뢰도를 높이는 게 중요하다.
진단을 통한 보정 기준을 ‘60점 = 통계상의 화재 발생빈도와 동일’, ‘0~60점 = 0점에 근접할수록 동일비율로 통계상 화재 발생빈도의 2배 높아짐’, ‘60~100점 = 100점에 근접할수록 동일비율로 통계상 화재 발생빈도의 0.5배 낮아짐’과 같이 규정했다고 가정해보자.
A 공장의 화재발생 빈도를 계산하면 ‘1건/20년 × 0.75 = 0.75건/20년 = 1건/26.7년’이 된다. 결론적으로 A 화학 공장의 화재 발생빈도는 1건/26.6년으로 화학업종 평균인 1건/20년보다 낮은 빈도로 예측할 수 있다. 이는 평균적인 화학 공장에 비해 화재 예방 수준이 높다는 걸 의미한다.
하지만 위험이 낮다고도 판단할 순 없다. 화재 발생빈도는 낮지만 화재 시 피해 규모가 다른 화학 공장보다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위험도는 사고 발생 시 피해 심도의 분석이 함께 고려돼야 한다.
여용주 국가화재평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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