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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여행 7전8기보다 더렵네!

Dr.risk 2010. 6. 10. 23:57
'9전 10기' 된 나로호…"10번째 성공하라는 운명"
소화장치 문제로 연기…발사 예비기한 19일 내 재발사될듯
 ▲ 우주로 날아갈 준비를 잠시 중단한 나로호.
 ⓒ2010 HelloDD.com
나로호(KSLV-I) 발사가 또 다시 연기됐다. 8전 9기 도전에서 이제 9전 10기가 됐다. 나로호 발사 중지 상황을 접한 나로우주센터 현장의 연구진은 담담한 가운데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일부에서는 '나로호가 10번째 성공하라는 하늘의 뜻인가 보다'라는 반응도 나왔다.

9일 최종 발사 시각 오후 5시를 3시간 앞 둔 상황에서 소방설비 문제로 중지돼 발사 일정 연기가 불가피하게 됐다.

교육과학기술부(장관 안병만)는 이날 나로호의 발사 중지와 함께 발사가 어렵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재발사 일정은 기술적인 검토가 완료된 후 보완조치에 소요되는 시간과 기상상황 등을 고려해 나로호 관리위원회를 통해 조정될 계획이다. 발사 예비기한은 19일 이내다.

▲편경범 대변인.
ⓒ2010 HelloDD.com
편경범 교과부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나로호 발사를 위한 발사운용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추진제 주입을 위한 산화제 공급라인 냉각 중)에서 13:52경 발사대 소화장치 오작동으로 소화용액이 분출돼 14:02경 발사운용을 중지했다"고 말했다.

편 대변인에 따르면 발사패드 주변에 설치된 3개의 소화용액 분사노즐에서 소화용액이 분출됐고, 분출된 소화용액은 발사체를 향해 직접 분사되지는 않았다. 분출된 소화용액은 저장돼 있는 소화용수 600톤 중 100톤과 화학용제 18입방미터 중 3입방미터 정도로 추정된다. 한-러 전문가들이 오작동 원인, 발사대 설비와 나로호에 미치는 영향 등을 파악하기 위한 점검을 진행 중이다.

이주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소화장치 문제에 대해 "소화장치는 비상시에만 쓰는 것이며 발사체에 영향을 주지 않는 각도로 뿜어져 나갔다"며 "육안으로 봐선 영향을 주지 않은 것 같은데 정확한 확인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발사 중단 왜?…"소방설비 문제는 극히 드문 경우"

우주로켓 전문가들은 발사대 주변 소방설비 문제는 발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 간적접이고 부수적인 문제이지만 매우 보기 드문 경우로 분석했다. 항우연이 밝힌 발사대 소화장치의 오작동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전기적 오작동이 아니라 운용자의 착오일 가능성을 더 높게 점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1단 로켓 발사시 고온·고압의 불꽃 점화에 따른 화재발생을 대비하기 위해 냉각시켜주는 소화용액(특수 화학약품)이 발사체 패드에 흘러들어갔을 경우를 우려했다. 발사체에 화약약품이 묻어도 큰 문제가 없을 수 있지만 국가적 중요장비에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나로호 발사를 최종 중단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발사대 주변에 흘러나와 발사체 등에 묻은 화학약품을 닦아내야 하는 클리닝 작업을 하는데 시간이 다소 걸릴 전망이다. 실제 발사대 현장에서는 소방차들과 청소 인력들이 출동해 발사대 주변에 묻은 화학약품을 닦아내는 작업을 펼쳤다.

KAIST 우주분야 한 교수는 "문제해결을 위해 정확하게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예측하기 힘들지만 이번 사례는 보기 드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소방설비 문제는 사전 점검 과정에서 발사대 장착 후 실제 점화를 시켜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전 점검 과정에서 문제점을 찾아내긴 힘들다는 관측이다.

◆ 8전 9기의 쉽지 않았던 과정…"이제 10번째 도전"

기술적 문제에 외교 계약 문제, 그리고 천재지변까지…

'나로호' 발사는 이날 소방설비 문제로 중단되기까지 모두 8차례 연기됐다.
독자 발사체기술 확보를 목표로 시작된 나로호 사업은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우리와 협력에 응한 곳이 러시아였다. 미국과 일본, 유럽 등은 우리와 상대하지 않았다.

러시아와 협력은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당초 개발 완료 목표 시기는 지난 2005년 12월. 그러나 로켓 1단을 책임질 러시아와의 기술 계약이 난항을 겪으면서 2년 후로 발사가 연기 됐다.

2007년 10월로 2차 발사 잠정 예정시기로 잡혔지만, 러시아 국회가 계약 비준을 늦추면서 발사를 또 1년 지연시켜야 했다.

천재지변도 나로호의 발목을 잡았다. 본격적인 공동개발을 시작한 뒤에도 중국 쓰촨성에 대규모 지진이 일어나 나로호 부품 조달에 차질이 생겼다. 부품 공급 지연과 발사대 시험항목 추가 등으로 발사 일정이 연기됐다. 울며 겨자먹기로 2008년 12월 예정됐던 발사 일정을 미뤘다.

지난해에도 연기 행렬를 거듭했다. 발사대 시스템 준비 문제로 2분기 발사가 어려워 졌고 지난 7월 30일로 발사일을 결정했지만, 러시아측의 최종 연소시험이 늦어져 8월 11일로 재차 연기됐다.

연소시험 과정에서 데이터 분석에서 나타난 기술적 이슈로 나로호 엔진 개발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엔진 개발 자체가 미완성이라는 불안한 이야기까지 흘러나왔다.

지난해 8월 19일 1차 발사를 시도한 뒤 SW 오류 문제로 발사 중단된 데 이어 일주일여 지난 8월 25일 결국 우주로 쏘아올렸지만 페어링 미분리로 실패했다. 이후 연구원들은 무거운 마음으로 10개월 동안 2차 발사를 준비해야 했다. 여러 가지 우여곡절을 뒤로하고 결국 이날도 나로호의 막바지 발사 준비 작업에 돌입했지만 또 다시 다음 10번째 발사일정을 기다리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