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17일 경기도 이천시 쿠팡 덕평물류센터 지하 2층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대원이 순직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다. 같은해 8월 11일에는 충남 천안 불당동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시작된 불이 천장을 통해 확대됐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막대한 재산 손실을 낳았다.
이들 화재는 관계자의 안전의식 부족으로 수신기를 인위적으로 차단해 화재 초기 중요한 역할을 해줘야 할 스프링클러설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유사점이 있다.
중앙소방학교에서는 1주 과정으로 ‘선착대 소방시설 활용 교관 양성과정’을 3회 운영했다. 위 사례처럼 화재 발생 시 건물관계자의 안전의식 부족으로 초기대응이 미흡하거나 건물에 설치된 소방시설이 정상 작동하지 않을 때 선제 대응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된 과정이다.
참여한 교육생과 교수진은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상황을 가정해 소방시설 전원 차단 등 비정상 조치방법과 실제 건물에 설치된 소방시설을 활용할 방안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고 공유ㆍ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3주간 과정에 참여한 교육생과 교수진을 대신해 화재 현장에서 선착대 ‘소방시설 활용’의 중요성과 소방시설 활용능력을 높이는 방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소방법’에는 선착대의 용어 정의가 없다. 하지만 통상 ‘선착대’라고 하면 화재 현장에 출동해 처음으로 화마(火魔)를 마주하는 1착대의 소방대원을 일컫는다. 선착대 범위는 시도별 소방력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도심지역, 도농지역 간 기능과 임무에도 차이가 있다. 선착대 역할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신속한 화재 위치 확인과 현장 상황파악이다.
신속하게 방재실 관계자에게 CCTV로 보이는 상황이나 제반 방재시설의 작동상태에 대한 설명을 듣고 현장 상황을 파악해 전파한다. 여기서 건물 소화펌프 등 제반 방재시설이 정상 작동하지 않으면 관계자와 함께 소방시설의 전원 차단 등 비상조치가 필요하다.
촌각을 다투는 화재 현장에서 신속하게 화재진압을 하는 건 어렵기에 방재실과 수신기의 위치를 빨리 찾고 비정상 조치방법을 포함한 소방시설을 활용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당시 내부 통제로 화재 신고가 지연됐다. 평상시 오작동이 잦다는 이유로 수신기는 차단된 상태였다.
선착대가 비정상 조치방법을 고려해야 하는 이유는 건물관계자의 안전의식이 한몫한다. 잘 설치된 소방시설도 평상시 유지ㆍ관리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다.
건물관계자는 ‘화재 시 내 건물은 내가 지킨다’는 소방안전관리 소명의식을 갖고 민간 안전관리 역량을 강화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건물 완공과 함께 소방안전관리자를 선임해 자율적인 소방교육훈련을 시행하고 일정 주기마다 자체점검을 통해 설치된 소방시설을 잘 유지ㆍ관리한다면 대형화재가 발생할 여지는 그만큼 줄어든다.
건물 출입구에 소방안전관리자의 성명, 연락처와 함께 방재실, 수신기의 위치를 표시하는 것도 적극적인 안전관리 실천으로 볼 수 있다.
소방기술자의 안전의식도 중요하다. 건물의 지을 때부터 사용자 중심으로 소방시설을 설계ㆍ시공해야 선착대가 현장 활동을 원활하게 할 수 있다.
한 예로 공장에서 옥외소화전설비에 물이 나오지 않아 비상 조치하려 해도 동력제어반과 수신기 설치 동이 다르다면 찾기 어렵다. 연결송수관설비 송수 쪽 개폐밸브가 막히면 개폐밸브를 찾는 데도 한참 시간이 걸린다.
선착대가 ‘소방시설 전원 차단 등 비정상 조치방법과 실제 건물에 설치된 소방시설 활용능력’을 높이기 위해선 무엇보다 많은 현장 경험치가 요구된다.
현장 경험치는 시도별, 지역별, 출동대원별 맡은 역할과 경험에 따라 다르다. 따라서 화재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상황을 가정한 교육훈련이 강화돼야 한다.
이를 위해선 첫째, 소방서 단위 직장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화재가 발생하면 관할 119안전센터가 선착대 역할을 수행하기에 화재 발생 우려가 큰 건물을 중심으로 화재유형별, 소방시설별 소방시설 전원 차단 등 비정상 조치방법과 소방시설의 활용방안을 교육한다.
둘째, 중앙소방학교와 시도 지방소방학교 중심의 교육훈련 강화다. 선진화된 소방시설을 접할 수 있도록 교육환경을 마련하고 자격ㆍ경력을 갖춘 교육생을 선발해 실습 중심의 교육훈련을 지속하는 게 필요하다.
셋째, 완공 현장에서의 참여교육이다. 관할 119안전센터가 완공 현장에 방문하는 경우 감리자의 완공된 소방시설을 성능시험할 때와 소방활동 자료를 조사할 때다.
관할 119안전센터가 완공 현장에서 감리자, 관계인과 부딪치지 않으면서 실무 능력을 높일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법령 소관부서의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다.
소방서 단위의 직장교육, 소방학교에서의 실습을 바탕으로 한 현장 중심의 교육, 완공 현장의 참여교육이 활성화된다면 선착대의 소방시설 전원 차단 등 비정상 조치방법과 실제 건물에 설치된 소방시설 활용능력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서주완 중앙소방학교 전임교수(소방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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