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감식평가 81

잊을만하면 또… 인천 호텔 휘감은 불, 가연성 건축자재가 ‘장작’ 역할했다

한밤중 불로 투숙객 등 54명 부상, 중국인 여성은 생명 위독 상태 호텔 1층 필로티 천장서 시작된 불, 삽시간에 옆 주차타워로 번져 불길 모은 가연성 건축자재, 차량ㆍ뻥 뚫린 방화구획 만나 ‘확산’ 화재 시작 제천ㆍ확산 요인은 부산 주차타워… 대형 화재 ‘종합판’ 전문가들 “주차타워 내부 스프링클러, 화재 시 제 역할 못 했을 것” ▲ 지난 17일 오후 9시 1분께 인천광역시 남동구 논현동의 그랜드팰리스 호텔 주차타워에서 불이 나자 소방대원이 화재진압을 하고 있다. ©인천소방본부 제공 [FPN 최영, 박준호 기자] = 54명이 다친 인천 그랜드팰리스 호텔 불이 주차타워 꼭대기까지 단시간에 확산한 이유로 ‘가연성 건축자재’가 지목되고 있다. 화재 피해 장소와 불길의 확대 양상, 빠르게 번진 원인 등 모든..

화재감식평가 2023.12.26

[화재조사관 이야기] “진정 발화지점이 여기야? 저기야? 오리무중…”

건물과 건물 경계 지점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발화지점을 규명하기가 쉽지 않다. 분명 개인 간 분쟁이 발생한다. 연소 흔적이나 증거가 명확하다면 문제 되지 않지만 모호한 경우 난감한 일이 발생한다. 연소 피해자는 누가 가해자고 피해자인지를 가려 줄 거로 믿고 기다리거나 관공서에서 가해자, 피해자를 확정해 주길 바란다. 발화지점이 정확해야 누가 가해자고 피해자인지 알 수 있지만 연소한 건축물이 샌드위치 패널과 천막으로 축조됐다면 발화지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이런 경우 화재조사관이라면 고뇌에 빠지거나 훌훌 털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쯤 해봤을 거다. 복잡하고 피해가 클 때 필자도 한 번쯤 생각했던 기억이 아련히 뇌리를 스친다. 화재조사관이 모든 화재의 발화지점이나 원인을 명확하게 밝히는 건 아니다. 발화지..

화재감식평가 2023.12.01

[김훈의 차량 화재 이야기] 전기차의 시작 - 차량 화재 감식 I

지구 온난화가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는 지금 전 세계 대부분 국가가 2025~2030년을 기점으로 내연기관 자동차의 판매를 중단할 예정이다. 전기차는 내연기관과 달리 배터리로 전기 모터를 돌려 움직이는 자동차다. 주행 성능은 물론 연비도 더 좋고 소음 역시 없는 데다 온실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다. 따라서 전기차는 현재 내연기관을 빠른 속도로 대체하고 있으며 곧 미래 운송수단의 핵심이 될 것이다. 이처럼 첨단산업을 대표하는 전기차는 근래에 개발된 기술이라 생각되기 쉽지만 사실 전기차가 100년 전 내연기관차보다 먼저 개발됐다는 걸 아는 사람은 드물다. 전기차 개발의 역사는 180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스코틀랜드의 로버트 데이비슨(Robert Davidson)이 1834년에 세계 최초로 전기 마차를 발..

화재감식평가 2023.11.10

남양주 주상복합건물서 화재

10일 오후 불이 난 경기도 남양주시 한 주상복합건물 내부가 불타고 있다./연합뉴스 경기 남양주시 다산동의 한 주상복합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해 연기를 들이마신 주민들이 병원에 이송되는 등 크고 작은 피해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10일 오후 4시 30분쯤 건물 1층에서 불이 났다. 불이 빠른 속도로 확산하자 소방당국은 인근 3~4개 소방서의 모든 장비와 인력을 동원하는 대응 2단계를 발령해 30분 만에 일단 큰 불길을 잡는데 성공했다. 현재는 내부에서 새어 나오던 검은 연기도 어느 정도 줄어든 상태로, 내부 잔불 정리와 함께 인명 수색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0일 오후 4시30분쯤 경기도 남양주시 한 주상복합건물에서 불이 나 시커먼 연기가 치솟고 있다./YTN 소방당국 측은 “이 건물 저..

화재감식평가 2023.11.10

“화학적 반응 열인가? 인적 부주의인가?”

불이 나거나 재난이 발생하면 순간 당황하게 된다. 작은 불은 따듯하게 쬐기라도 하지만 불길이 크게 치솟으면 나도 모르게 몸이 움츠러든다. 야외에서 캠프파이어(Campfire)를 할 때 불길이 예상했던 것과 같으면 불을 보며 즐기지만, 예상했던 불길보다 크게 확대된다면 한 번쯤 놀란 기억이 있을 거다. 사람이 희망을 설계하고 행복을 만들 듯 예상했던 만큼 성과를 이루면 흐뭇하지만 예상보다 훨씬 좋은 결과가 나오면 기쁨에 놀란다. 화재도 같은 맥락이 아닐까 싶다. 작은 불은 흔하게 ‘불꽃’으로 표현하지만 조금 큰불은 ‘불길’ 또는 ‘화재’라고 표현한다. 같은 말이지만 어감에서 작고 큰 것으로 분류되는 느낌이 든다. 화재 현장은 작은 현장도 있지만 화재조사관 혼자 조사하기엔 버거운 현장도 있다. 연소범위가 넓..

화재감식평가 2023.10.20

[화재조사관 이야기] “발화지점이 어디인가? 공장이 먼저인가? 주택이 먼저인가?”

재난이나 어떤 손해가 발생해 피해 대상이 둘 이상이면 상대방이 가해자라고 믿고 싶어 한다. 보상심리 혹은 피해 전가 같은 마음이 드는 게 사실이다. 한 지붕 두 점유자가 있다면 이런 주장은 더 심해진다. 하지만 선행된 지점이 있고 그곳을 점유하거나 소유한 사람이 있다. 특히 화재로 인해 연소한 건물의 소유자 또는 점유자는 상대 건물에서 연소 확대됐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어떤 때는 얼토당토않은 이유로, 어떤 때는 논리를 내세워 상대방의 귀책 사유를 주장하기도 한다. 화재조사관은 늘 중심을 잡고 진실과 증거, 정황증거를 종합해 논리로 화재지점을 추론하고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 신고자나 목격자가 화재지점을 지목한다 해도 그곳이 발화지점이란 법은 없다. 목격자가 멀리서 보고 그 지점에서 발화가 시작됐다고 믿는 ..

화재감식평가 2023.09.20

“막대한 피해 남기는 도심형 대형 산불”… 소방청, 대응 역량 강화 ‘박차’

소방헬기 통합출동 확대, 배면물탱크 도입, 야간 산불 대응 안전기준 마련 등 ▲ 소방헬기가 산불을 진압하고 있다. ©소방청 제공 [FPN 김태윤 기자] = 소방청이 지난 11일 동해안 도심형 대형 산불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소방청(청장 남화영)에 따르면 최근 전국적인 대형 산불로 인명ㆍ재산피해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2021년 458건에 그쳤던 산불은 지난해 782건으로 급격히 늘었다. 피해액은 약 62배 증가했다. 특히 영동권 건조경보와 함께 강풍이 불던 지난 4월엔 강원도 강릉의 한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이 도심으로 급격히 확산해 1명이 사망하고 35명이 다쳤다. 274세대, 551명의 이재민도 발생했다. 이에 소방청은 도심형 산불에 대비하고자 ‘동해안 도심형 대형 산불 대응 역량 ..

화재감식평가 2023.08.27

[화재조사관 이야기] “평온할 때 재난을 의심하지 않으나 아차 하는 순간 재난이다”

우린 행복할 때 그 행복이 무엇인지 모른다. 안전하고 평온할 땐 무엇이 안전인지 생각하지 않는다. 아니 모르는 것 같다. 사실 평온하고 행복할 때 재난은 머나먼 남의 이야기로 들리고 나와는 무관한 일이라 생각한다. 맞다. 그렇게 생각하는 게 보편적이다. 필자도 평온할 때 그 평온함에 안주하면서 더 평온하고 행복하길 바란다. 재난을 대비하기 위해 대책을 강구하고 예방하는 건 반복하고 또 반복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우린 반복되는 일상에 회의를 느끼거나 귀찮아한다. 이상이 없는데 왜 반복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건너뛰어도 된다는 생각으로 사고 예방과 대비를 망각한 채 지나칠 때가 많다. 그러나 나비효과처럼 작은 실수로 인해 큰 재난이 다가오는 때도 있다. 안전을 지키고 재난을 예방하는 분야에 오래 근..

화재감식평가 2023.08.21

‘부실 투성’ 부산 씨클라우드호텔 화재… “지하주차장 제도 고쳐야”

연동 막은 소방시설과 깨져버린 건축 방화구조가 피해 키워 “주차장 습식 스프링클러 의무화하고 감지기 신뢰성 높여야” “법규상 제연설비 제외된 주차장, 세부 규정 정립 시급하다” “화재로 떨어져 버린 철골구조 내화피복, 시험방법 개선해야” ▲ 지난달 20일 씨클라우드호텔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관들이 화재 진압, 구조 활동을 벌이고 있다. © 한국소방기술사회 제공 [FPN 최영 기자] = 지난달 20일 발생한 부산 씨클라우드호텔 화재를 두고 소방기술사들이 제도개선의 시급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화재안전 전문가들이 호텔 화재 현장에 직접 나가 조사한 결과 화재 당시 호텔 소방시설과 건축방화 시설 등에 심각한 결함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소방기술사회(회장 박경환, 이하 기술사회)에 따르면 씨클라우드 호텔 ..

화재감식평가 2023.07.28

[화재조사관 이야기] “숙면하고 있을 때 슬며시 재난이 찾아와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화재는 참! 야속하다. 사람들이 곤히 자는 시간에 소리 없이 찾아들어 생사를 위협하기도 한다. 또 아주 짧은 시간에 화염은 주변으로 연소 확대하고 한참 꿈나라 희망에 부풀어 있을 때 너무도 잔인하게 찾아온다. 누구나 하루 한 번은 취침하고 달콤한 꿈을 꾸기도, 잠을 깊이 자기도 한다. 그러나 화재라는 재난은 새벽 시간에도 열심히 일한다. 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새벽 시간을 아주 조용하고 편안하게 즐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하루를 설계하며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다. 아직 잠에서 깨지 않은 사람들은 멀고도 먼 꿈나라에서 하루의 피로를 풀며 아침이 오길 기다린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기 전 누구나 한 번쯤은 5분만 더, 5분만 해 봤을 거다. ‘5분 정도는 괜찮아! 지금껏 잘 지내왔잖아! 에이 설마 ..

화재감식평가 2023.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