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물 아래와 윗부분 기압差로 내부 공기, 통로 따라 밀고 올라가
꼭대기층까지 순식간에 번지게 돼지난 1일 오전 11시 34분쯤 부산 해운대 우신골든스위트 4층에서 시작된 불은 불과 20분 만에 38층 꼭대기까지 번졌다. 초고층 빌딩의 화재는 이같이 급격히 확산되는데, 그 비밀은 '굴뚝효과'에 있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굴뚝효과(stack effect)'는 건축물 아래와 윗부분의 내부와 외부 온도·기압 차이로 인해 건물 내부 공기가 굴뚝과 같은 긴 통로를 따라 쭉 밀고 올라가는 현상을 말한다. 특히 고층 빌딩일수록 불길이 상승기류를 타고 급속하게 번지는 '굴뚝효과'가 강하게 일어난다. 비상계단이나 쓰레기 집하장 통로, 엘리베이터 승강로 등이 '굴뚝'과 같은 긴 수직 통로 역할을 한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화재 확산 시 피난 통로 바람 속도가 30배까지 빨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는 2001년 9·11테러로 붕괴되기 전인 1993년에도 폭탄 테러를 당한 적이 있는데, 당시 지하 2층 주차장에서 폭탄이 터지며 발생한 연기와 먼지가 엘리베이터 승강로를 타고 몇 분 만에 45층까지 확산됐다. 유독가스가 번지고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당시 6명이 사망하고 1045명이 부상했다.
이런 굴뚝효과 때문에 고층빌딩 화재 때는 신속한 대피가 필수다. 하지만 국내 빌딩들 내부 계단은 중앙 쪽에 너무 조밀하게 붙어 있어 피난자들을 좁은 공간에서 엉키게 하는 점이 문제다. 국내 빌딩들의 계단 폭 자체도 좁아 화재가 발생하면 피난자들이 대피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경북대 연구팀이 대구의 30층 높이 공동주택 입주자 436명을 대상으로 벌인 대피 시뮬레이션(모의실험) 연구에서, 계단 폭이 1.2m였을 때는 피난 소요시간이 15분49초였지만, 폭이 1.6m였을 때는 12분39초가 걸린 것으로 드러났다. 대피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는 계단 폭을 적절하게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경원대의 '초고층 건축물 화재시 방재·피난계획' 연구에서는 '화재가 났을 때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방안도 검토하자'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대부분의 국가는 고층빌딩에서 화재가 나면 엘리베이터를 절대 이용하지 못하도록 한다. 하지만 1993년 뉴욕 세계무역센터 폭탄 테러 당시 아주 건강한 사람이 95층에서 1층까지 계단으로 걸어 내려오는 데 1시간이 걸렸다는 보고도 있어, 초고층빌딩에서는 여러 보완책을 세워서라도 엘리베이터를 활용해 피난하는 계획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