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

성능위주 초고층 건축물 화재 안전[Ⅳ]

Dr.risk 2010. 12. 10. 21:53
성능위주 초고층 건축물 화재 안전[Ⅳ]
인명안전의 사회적인 패러다임 전환 시급
 
김영도 기자
100층 이상의 초고층 건축물은 그 시대의 건축기술이 총망라한 일정규모의 정형화된 설계에 의해 건설된 건축물이지만 사람이 살아가는 수직 공간(도시)라는 측면에서 포괄적으로 접근해야하며 무엇보다도 인명안전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인명안전을 최우선적으로 하기에는 아직까지 우리 사회가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나 인식이 뒷받침 되어 있지 못한 채 건축법과 소방법을 주무하는 관련부처간의 헤게모니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건축법은 경제성과 효율성을 앞세운 피난 및 방화구획 설치 등의 법규를 운용하고 있는 반면 소방법은 인명안전을 우선한 시설 및 관련제도 강화에 무게를 실고 있어 상당한 시각 차이로 효과적인 법운용 체계가 확립되어 있지 못하다.

중앙정부가 건축법과 소방법으로 이원화된 화재안전 관련법을 일원화시켜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만 각 업역의 고유성과 전문성이 대립하고 있는 이상 다변화되는 사회의 다양성을 충분히 반영하기에는 아직까지 미흡해 보인다.

화재안전과 관련한 초고층 관련법의 운용주체가 누가 누구에게 종속되기 보다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라는 측면에서 새롭게 인식되어야 할 사안이다(편집자 註).


 서울시립대학교 도시방재연구소 윤명오 교수
‘시설 안전관리의 효율적인 시스템 강구해야’


“화재발생을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매우 단순한 것일 수도 있으나 해법과 대책은 몇 가지 전시효과적인 조치로 끝날 수 없으며 오히려 국가가 끈기 있게 추진할 수 있도록 국민들이 참고 기다려야 한다”

소방방재청 초고층 건축물 중앙 민ㆍ관 합동조사단의 민간단장을 맡은 서울시립대 윤명오 교수는 국내 초고층 건축물 화재 안전대책을 시대변화에 따른 사회적 관점으로 접근했다.

윤 교수는 인터뷰를 통해 “성장의 역사를 통해 최초 30층 이상 건축물의 한 세대가 지나가면서 초고층 건축물뿐만 아니라 도시 시설의 안전성에 대한 패러다임이 새롭게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건축 당시의 적법한 법규에 의해 건축물이 지어졌어도 건축물의 노후화로 사용형태 변화에 따른 성능과 가치의 차이가 있으며, 그 시대에 사회적 합의를 본 지식만으로 정해진 수준만큼 할 수 있어도 건축물의 수명기간 동안 안전성이 보장될 수 있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건물내부의 인허가 방식도 과거와 상당히 달라졌으며 당시에 비해 가연물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노령인구가 증가하면서 방재 취약자가 과거보다 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도시 시설의 안전성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기도 하다.

다변화되는 사회적 욕구에 따라 건축물이 대형화되고 복합화 되는 추세이지만 건축물 인허가 담당자 대부분 전문성 부족으로 시설의 안전성을 완벽히 검토할 수 없고 단순 법규에 의한 안정성만 보장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윤 교수는 또 “과거 고층건축물이 적었을 때는 피난이 용이했지만 지금은 고효율의 고밀도 공간에 의지할 수밖에 없어 도시 불연화가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지만 투자를 기피하고 있어 정부의 정책 유도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특히 그는 화재안전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 대해서 “화재발생을 법규위반으로만 인식하는 것을 볼 때 사법처리를 위한 명분은 될 수 있어도 화재발생 이전의 개연성 높은 위험을 보지 않은 결과라는 인식은 없다”고 꼬집었다.

부산 우신골드 주상복합에서 볼 수 있듯이 전기적 결함이 화재발생의 원인으로 밝혀졌지만 이보다 시설관리자의 식견, 소양부족, 용도변경 등으로 환경미화원실로 사용된 것은 법위반이 아니라 법이 허용되는 상황이라도 화재발생과 확산에 있어 달라질 것은 없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최근 수많은 사례들이 법과 무관한 이유로 발생된 화재를 제어하지 못한 것이고 더욱이 지금 법규를 개선한다고 해도 20년, 30년 지나면 똑같은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법조문을 탓하고 책임소재만을 추궁하며 따질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안전하게 관리하려면 상시적으로 위험요소들이 배제되거나 억제되는 효율적인 시스템을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윤 교수는 “과연 어떤 동기를 부여해야만 형식적이고 빈약한 소방계획서가 살아 움직이는 위기관리 매뉴얼이 될 것이며, 어떻게 해야 주민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화재안전에 대한 문제에 관심을 이끌어 낼 것인지, 소방시설관리자가 소방시스템인 설비만 점검하기 보다는 화재위험에 대해서 보다 실질적으로 관심을 갖고 점검할 수 있는지 유지관리상의 약점과 허식을 불식시키기 위한 방법론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성소방산업 조용선 소방기술사
인명안전을 우선으로 법체계 마련해야

“모든 분야는 미래가 있어야 한다. 10년 20년을 해도 똑같다면 누가 하겠는가? 법의 주체가 누가 될 것인가 보다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보호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이 필요하다”

초고층 건축물 화재안전에 대한 국토해양부의 건축법과 행정안전부 산하 소방방재청의 소방법이 이원화되고 적용성이 상충되면서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이 조심스럽게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조용선 소방기술사는 인명안전을 우선한 법의 주체성을 강조했다.

그는 먼저 인명안전시설의 핵심이 되는 제도와 관련해 “피난ㆍ방화시설의 설치 근거는 건축관계 법령에 있고, 관리는 소방에서 하고 있어 시설 설치와 관리에 대한 문제가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건축 인허가 과정에서 피난ㆍ방화시설의 담당부서가 소방으로 알고 제대로 지도 및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거나 건축분야 시공자나 감리자가 피난ㆍ방화시설을 소방으로 알고 있으며 시공과정에서도 소방감리자의 일부 업무로만 명시된 채 구체적인 업무범위 등이 구체화되어있지 않아 혼선이 초래한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화재시 피난ㆍ방화시설의 문제는 소방의 관리책임으로 전가되고 설계나 시공자에 대한 책임을 묻거나 따지는 사례가 없다고 한다.

더욱이 건축인허가를 내주는 구청 담당자들은 방화셔터, 방화문, 방화구획의 문제에 대해서 인지조차 못하고 있고 혹 알고 있어도 소방에서 문제를 삼지 않으면 문제를 제기하지 않아 불법성을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조용선 소방기술사는 “방화셔터의 경우 피난의 장애가 없는 부득이한 장소에만 설치하도록 되어 있지만 모든 사람들이 부득이한 장소로 복도에 2단 셔터를 설치하고 있으며 셔터가 한 번에 떨어지는 곳과 두 번에 나누어 떨어지는 곳을 구분할 줄 모른다”고 말했다.

특히 방내화 구조와 방화구획에 대해 2004년 1월 6일부터 비차열 방화문을 설치하도록 하고 있지만 성적서 없는 방화문들이 너무 많고 성적서가 있는 제품도 성적서와 제품이 일치하지 않은 경우가 있을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 지금껏 현장에서 바라본 시각이다.

그는 “차열성능과 내화충전 성능이 확보된 곳은 어디든 없고 너무나 많이 뚫려 있어 시공부터가 문제이며 열, 연기, 불꽃 등 연소 확대가 한 시간 동안 외부로 나가지 않아야 하는데 실제 넘어가고 있어도 행정당국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같은 건축법과 소방법의 화재안전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이고 심층적인 소방방화ㆍ피난특별법을 제정해 화재발생으로 인한 피해확대를 최소화하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조용선 소방기술사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데 있어 소방방화ㆍ피난특별법의 주체가 국토해양부가 되어야 할 것인지 소방방재청이 되어야 할 것인지 이분법적으로 구분하기 보다는 그동안의 경험을 비쳐볼 때 일원화함으로서 누가 하는 것이 나을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초고층건축기술포럼 김종수 회장
‘초고층 건축물 화재안전의 신뢰성부터 제고’


“건축법에 명시된 피난ㆍ방화시설에 대한 부분을 소방법으로 이관했을 때 건축구조의 고유성을 해칠 수 있고 현재의 건축 재료들은 건축법에 하자가 없을 뿐 더러 소음, 단열성 등 효과적인 측면이 더 강하다”

국내 유일의 초고층 건축기술 그룹인 한국초고층건축기술포럼의 김종수 회장은 지난 30일 초고층 빌딩 소방 및 방재 세미나를 개최하기 앞서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초고층 건축물의 화재안전에 대한 안전성을 공감하면서 건축법과 소방법의 고유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종수 회장은 “최근 부산 우신골드 주상복합 화재와 상해 28층 고층아파트 화재연소로 고층에 대한 입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전하면서 “이번 세미나도 소방방재 분야의 전문가들을 초청해 초고층 빌딩의 소방과 방재시스템에 대한 법률과 제도를 검토하고 방재전략을 함께 나누는 자리로 마련한다”고 말했다.

최근 고층 아파트에서 발생하는 화재로 상당한 인적ㆍ물적 피해의 심각성이 대두되면서 부의 상징처럼 여겨지고 동경의 대상이 되어왔던 고층 건축물에 대한 인식이 안전성이라는 측면에서 새롭게 조명되고 있어 분양에도 상당한 영향을 안겨주고 있다.

김 회장은 초고층 건축물의 안전성에 대해 “10층에서 20층의 일반 건축물은 소방 고가사다리차가 접근할 수 있어 그나마 피난이 가능하지만 40층에서 50층 이상의 초고층 건축물은 고가사다리차가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어 헬기의 접근성도 용이하지 않아 일반 건축물 보다 열 배 이상의 안전성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초고층 건축물 화재로부터 안전한 피난을 위해 피난대피층과 피난엘리베이터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김 회장은 “대만의 경우 25개층 마다 1개층에 피난대피층을 두고 있어 화재가 발생하면 차단되면서 비상독립 라인으로 비상전원이 운용되고 일주일치 비상식량을 비치하고 산소마스크, 방독면을 비치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난이후 대책을 종합적으로 강구해 다양한 시나리오 기법을 근거로 관련 기준을 마련하고 생존율을 높이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된 피난용 엘리베이터에 대해서 그는 “현재 소방관의 활동을 위한 비상용 승강기가 있지만 소방관 전용으로 소방관의 화재진압 및 구조 활동을 위해 두고 있어 일반인이 피난할 수 있는 피난용 승강기가 별도로 마련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앞서 지적하고 있듯이 고층건축물은 피난을 위한 외부의 구조 활동이 어렵기 때문에 피난용 승강기를 통한 피난로 확보가 대두되고 있는 부분이다.

그는 또 건축법과 소방법이 상충되는 방화구획 및 비상계단 등 인명안전 시설에 대한 관리주체에 대해 “각 업역의 고유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합의점을 찾아야 할 것”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비쳤다.


한국사이버대학 소방방재학과 박재성 교수
"경제적 논리보다는 인명안전이 우선돼야"


“건축물이 초고층화 된다는 것은 지상과 멀어질수록 화재로부터 위험성이 커지는 것으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며 경제적 논리가 아닌 인명안전 논리에서 초고층 건축물의 합리적이고 성능적인 화재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사회적ㆍ법적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

박재성 교수는 초고층건축물은 화재발생시 소방대의 신속한 접근이 불가능하고 강풍 등에 의한 외적요인으로 급속한 연소 확대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으며 지상으로 피난동선이 길어져 막대한 인명과 재산피해를 초래할 우려가 높다고 지적하면서 인명안전에 대한 기술의 적법성과 적합성을 강조했다.

그는 초고층 건축물의 화재안전성 확보를 위한 정책적 대안으로 대두되고 있는 주요 설계 요소에 대한 합리성과 문제점을 중간 피난층의 설치와 외부공간을 통한 급격한 연소확대 방지대책, 피난용 엘리베이터의 설치 등 세 가지 관점으로 접근했다.

먼저 중간 피난층의 설치에  대해서 박재성 교수는 “초고층 건축물 피난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대안으로 대두되고 있는 방안이 피난안전구역이지만 과연 중간 피난층을 설치하면 초고층에서 피난안전성이 확보되는 것이냐”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현행 건축법에서는 중간피난층에 대한 세부적 기준을 갖추지 있지 못하며 기존 초고층 건축물의 다른 공간에 설치되는 방화나 소방설비 정도의 기준만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연하자면 현행 기준은 초고층 건축물에서 약 30층 마다 설치되는 중간기계층을 중간 피난층으로 이름만 바꾸고자 하는 것으로 생각되며 화재에 의한 연기나 열기가 침입할 수 없는 성능을 기대하는 것이 어렵다는 인식이 크다.

박재성 교수는 “초고층 건축물은 고가의 토지에 고가의 건축비로 건축되는 건축물이므로 경제적 효율성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전세계에서 중간 피난층 설치를 의무화한 국가는 중국과 홍콩 밖에 없으며 우리나라도 중간 피난층에 대한 충분한 성능적 기준을 갖추는 것이 곤란하다면 다른 효율적인 대안을 통해 화재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외벽마감재에 대해서는 “건축법에서 외벽마감재를 방화에 지장이 없는 재료를 사용하도록 개정했지만 세칙이 마련되지 않아 아직까지 현장에서 적용되지 않고 있으며 세칙을 정할 때 반드시 심재로 미네라울 등 불연성 재질을 사용하도록 명확한 기준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초고층건축물 대부분 외벽구조가 커튼월 구조로 외주부를 통한 연소 확대에 취약하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박 교수는 “일정 층수마다 스팬드럴 역할을 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도록 하고 이 스팬드럴은 수직적 형태뿐만 아니라 차양과 같은 수평 형태의 스팬드럴도 입면디자인의 묘를 살린다면 충분히 설치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또 피난용 엘리베이터와 관련해서 “피난계단은 패시브 시스템이기 때문에 피난인원 대비 유효폭이나 배치 등만을 고려하면 되지만 피난용 엘리베이터는 액티브 시스템이기 때문에 적절한 피난용량 뿐만 아니라 작동의 신뢰성을 확보되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