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화재보험 의무가입 확대, 누구를 위한 법 개정인가?

Dr.risk 2010. 7. 19. 23:22
<집중조명> 화재보험 의무가입 확대, 누구를 위한 법 개정인가?
- 화재보험 의무가입 대상 확대방안 공청회 열려
- 알맹이 빠져버린 하위법령 방향에 비판 이어져
 
 

 
올해 초 ‘화재로 인한 재해보상과 보험가입에 관한 법률’(이하 화보법) 개정에 따라 다중이용업소와 운수시설, 공유건물 등 화재보험 가입 의무 범위가 확대될 전망이지만 하위법령 개정방향에 대한 전문가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16일 한국화재보험협회 1층 강당에서 ‘화재보험 의무가입 대상 확대방안에 관한 공청회’에서 전주대학교 양희산 교수는 ‘화재보험 의무가입대상 확대방안’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하위 법령 개정방향을 발표했다.

전주대학교 양희산 교수는 현행 일반음식점 등 4개 업종에서 화재위험이 높은 노래방과 목욕장, 영화관, PC방, 게임제공업, 실내사격장 등을 추가하는 내용의 의무화 대상 확대 검토(안)을 제시했다.

지난 3월 22일자로 개정된 화보법은 다중이용업소와 공유건물, 운수시설을 화재보험 의무가입 대상으로 추가됐으며 세부 범위는 하위법령인 시행령에서 정립될 예정이다. 

▲ 전주대학교 금융보험학과 양희산 교수    
양희산 교수는 이날 의무가입 추가 대상물 중 다중이용업소인 노래방, 목욕장, 영화상영관, PC방, 게임제공업의 바닥면적 합이 2,000㎡ 이상일 때 화재보험 가입을 의무화 하고 실내사격장은 모두 화재보험 의무가입을 대상으로 포함하는 내용의 검토안을 제안했다.

또 화보법에 추가된 공유건물에는 연면적 1,000㎡ 이상인 건물을 의무화하고 운수시설은 연면적 3,000㎡ 이상인 지하철 역사만 의무화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양희산 교수 조사자료에 따르면 국내에 이 같이 바닥면적 총합이 2,000㎡인 다중이용업소 포함 대상물은 1,836 곳이며 공유건물은 2,776곳, 지하철역사는 533곳 등 총 5,089개 건물이 화재보험을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대상물이 된다.

양희산 교수는 “다중이용업소 화재는 소규모 업소가 대부분이고 화재도 소규모 업소에서 주로 발생하기 때문에 음식점 등의 바닥 면적을 합해 2,000㎡ 이상일 경우 가입을 의무화해야 한다”며 “공유건물은 90%이상 지방재정공제회에 가입하고 있고 다중이용업소는 35%가 화재보험에 가입하고 있어 새롭게 가입하는 대상은 많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안에 대해 토론자로 나선 전문가 및 관계자들은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강하게 나타내면서 방향 재설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화보법 개정, 본질적 의미는 어디로?

이날 양희산 교수가 발표한 개정안은 최초의 화재보험 개정을 통해 얻고자 한 본질적 의미가 퇴색되어 버렸다는 비난과 함께 재설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한국사이버대학교 소방방재학과 박재성 교수는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되는 곳은 다중이용업소 중 소규모인데 현행 바닥 면적 2,000㎡로 규정했을 때 화재발생 빈도가 높은 곳이 과연 얼마나 혜택을 받겠냐”며 의문점을 제기했다.

이어 박 교수는 “다중이용업소는 화재 발생빈도와 피해크기가 다르고 고시원과 산후조리원 같은 곳은 제외한다는 것도 문제가 있다” 며 “바닥면적을 낮추던지 시설에 대한 의무화 방향을 설정해서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서울산업대학교 정재희 교수(안실련 부대표), 한국사이버대학 박재성 교수   
서울산업대학교 안전공학과 정재희 교수(안전실천시민연합 부대표)는 “누구를 위한 법개정인지를 생각해야 한다”면서 “이 법은 국민과 소상공인을 위해 개정된 것인데 개정안에는 덩치가 크고 보험료 많이 받는 곳만 대상물만 포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설이 열악하고 규모가 작은 다중이용업소 등은 대상에서 제외하고 화재발생 빈도가 낮거나 안전관리가 비교적 잘되는 2,000㎡ 이상만을 규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주장이다.

특히, 정 교수는 “지난 2002년 마미캠프라는 산후조리원에서 산모와 영아가 두 명씩 사망하는 화재사고가 발생했듯이 규모는 작지만 화재 시 피해가 크고 보상 능력이 없는 곳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며 “정말 필요한 곳에 다가갈 수 있는 제도가 되도록 다시한번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법에 따른 부담이 건물주에게 가는 만큼 부담 능력 문제 등 경제적으로 어려운 대상에 대한 배려나 고려가 없는 것도 문제”라면서 “사회안전망 확보 차원에서 다중이용업소를 운영하는 서민을 위해 보험 업계와 정부에서 해줄 수 있는 배려가 무엇이 있는지도 고민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원칙에서 어긋나버린 하위법

“보험에 반드시 가입해야 하는 대상은 그 소유자가 가지고 있는 자원으로 피해를 감당할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 성균관대학교 정홍주 교수    
토론자로 나선 성균관대학교 경영학과 정홍주 교수는 이 같은 보험의 원칙을 설명하면서 “보험의 의무화는 국민의 능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곳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며 “공공기관이나 지하철 같은 시설은 스스로 감당할 수 있기 때문에 보험 가입 여부가 관계가 없지만 다중이용업소가 문제가 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이어 “손실이 발생했을 때 사업주가 이를 감뇌할 수 있는가를 보고 가입여부를 따져야 하며 국민의 능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곳을 대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유사시 재난에 대한 피해 보상 능력이 없는 사업주가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개정안은 보험의 원칙에서 어긋난다는 것이 정홍주 교수의 지적이다.

특히, 정 교수는 “시설물을 사용하는 소비자의 경우는 안전할 권리가 있지만 현재 상당한 다중이용업소가 소비자의 기본 권리인 안전을 보장하지 않은 채 운영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안전기준 능력을 확대시켜야하기 때문에 의무화를 넓힐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지적의 목소리는 객석에서도 이어졌다. 객석토론자로 나선 한 참석자는 “화재가 500㎡ 이하에서 발생하는 통계를 내놓고 면적이 높은것만 한다는 것은 취지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이라며 “고시원과 전화방, 콜라텍 업을 뺀 것도 너무 소홀한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목욕업 등 해당 업주 불만 ‘봇물’

이날 공청회에 화재보험 의무가입 대상의 업주로써 토론자로 나선 한국인터넷 PC방협동조합 최승재 이사장은 “언론에서도 PC방에서 큰 화재가 발생하는 것은 없는데 화재보험에 가입을 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업계에서는 불만이 많다”며 “국민의 안전과 이용자들을 위해서 배상책임에 대한 의무화를 시키고 다른 것은 완화해 달라”고 요구했다.

또 그는 “PC방이 의무화 대상이 될 경우 건물 주인이 PC방 업주한테 보험료를 전가시킬 수 있다”는 우려점도 꼬집었다.

▲ 한국목욕업중앙회 김희선 회장, 한국인터넷PC방 협동조합 최승재 이사장  
전국목욕업협회중앙회 김희선 회장은 위험도에 따른 재설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김희선 회장은 “학원이나 공연장, 숙박업에 비해 화재발생 빈도가 상당히 낮음에도 똑같은 기준으로 적용하게 되면 원칙에 어긋난다”면서 “화재발생 빈도와 인명피해 등을 따져서 목욕업에는 5,000㎡ 내지 6,000㎡로 정해주는 게 형평성에 맞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