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웅덩이에 빠져 갇혔을 때 나의 오두막으로 오르는 길에는 제법 깊은 웅덩이가 하나 있습니다. 오두막 남쪽 숲 봉우리에서 발원한 물이 달천을 만나 한강에 이르려면 꼭 이 웅덩이를 거쳐야 합니다. 더러 차와 농기계들이 지나다니면서 만드는 땅의 변형과, 두 갈래 물이 합쳐지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모래톱으로 인해 이 웅덩이에는 더 높은 둑이 생기기도 합니다. 따라서 이 숲에서 발원한 물은 왕왕 이 웅덩이에 머물러 흐름을 멈추고 있는 날들을 만나게 됩니다. 아니, 각처에서 발원한 물들은 모두 저만의 경사를 타고 흘러 바다에 이르기 까지 이 숲의 물과 마찬가지로 수없이 많은 웅덩이를 만날 것입니다. 웅덩이를 만난 물은 흐르려는 의지보다 강한 웅덩이의 깊이에 의해 길을 멈추고 갇히게 됩니다. 물은 늘 흐르려 합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