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

소방산업 글로벌화의 시작은

Dr.risk 2010. 5. 27. 23:24

[취재수첩] …
 
최영 기자
우리나라 소방제조업이 내수시장만을 바라보며 죽어가고 있다. 수십조원에 이르는 원전산업 수출이라는 쾌거를 올리고 주한미군기지 이전 사업에서도 건설자재 국산화를 추진 중이지만 소방만큼은 이와 동행할 여력이 없다.

특히, 주한미군기지 이전사업에 우리나라 소방제품이 들어갈 수 있는 부분은 아주 미미하다. 국내에서 이뤄지는 일이지만 엄연히 수출의 일부이면서 정부에서 추진하는 사업임에도 참여하지 못한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의 소방제조 산업은 왜 국내 시장에서만 맴돌 뿐 해외로 진출할 수 없을까? 가장 큰 이유로 꼽히는 것은 글로벌 규격에 적합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소방제품은 소방방재청에서 정한 기술기준에 따라 제조, 생산되고 있지만 UL이나 FM 등 선진 규격과는 상이하다. 때문에 국내 제조업체가 해외 인증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형태의 ‘수출용 제품’을 만들어야만 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소방방재청은 국제표준의 소방검정기술기준 글로벌화를 추진 중에 있다. 기술기준의 국제표준화를 통해 소방제품의 국제통용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으로 소방제품의 해외 진출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얼마만큼의 기술기준을 보완해 국제표준화로 가고 있는 것인지는 면밀하게 집어봐야 할 부분이다. 글로벌화의 실현보다 제품의 형식을 다시 받아야만 하는 제조업체의 이중고로 애꿎은 주머니만 털어내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또 우리나라 소방제품과 해외 선진 제품의 물리적인 차이점을 분명하게 가려내야만 한다.

소방산업기술원은, 무턱대고 해외 기술기준을 준용하면 그만큼 해외 제품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내수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고 우려하지만 설득력이 빈약하다.

우리나라는 외국 공인기관에서 인증과 검정 등을 받은 소방용품을 ‘특례’라는 규정을 통해 일부 시험항목에 대해서만 시험을 거쳐 승인해주는 반면 우리나라의 검정을 통과한 제품은 미국이나 일본 등에서 대우를 받지 못한다. 이로 인해 해외 인증 제품은 이미 국내 시장에 들어와 소방시장의 안방까지 내어준 셈이 됐다.

이 같은 형식승인의 특례조항도 면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기술분야의 국가적인 주권을 지키기 위한 기초적인 사안이다. 해외 특정 제품에 대해 우리나라에서만 일부 시험을 면제한다는 것은 상호주의에도 위반된다고 할 수 있다. 이 문제의 해소를 위해서는 외국과의 구체적인 협약을 통해 허용하는 방식으로의 전환도 고려해야 한다.

제조산업의 국제 통용성 확보는 우리나라의 권리를 세우기 위한 기술기관의 위상정립과 국제적인 진출을 모색할 수 있는 기술기준의 세심한 접근이 우선돼야 한다. 또 영세한 소방산업을 관대하게 보호하는 것보다는 튼실한 경제적 기반을 갖춘 업체가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정부의 강한 의지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