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

소방자재 국산화 어디까지 왔나

Dr.risk 2010. 5. 27. 22:58

용산기지이전, 소방자재 국산화 어디까지 왔나
- 일부 품목 외 해외 인증 취약 “소방자재 국산화 어려워”
- 용산기지이전사업서 소방산업 실상 드러났다!
- 우리나라 속 수출도 버거운 안타까운 소방산업
 
최영 기자
국방부 주한미군기지이전사업단에서 추진 중인 건설자재 국산화 사업과 관련, 본지에서는 지난 4월 15일 열린 설명회를 통해 발표된 사안과 사업 추진과정, 그리고 소방자재의 국산화를 위한 필요 조건에 대해 보도(4월 25일자. 430호)한 바 있다.

설명회 이후 본지에서는 주한미군기지이전사업단에 소방자재 국산화에 대한 검토 과정과 향후 계획을 요청해 지난 14일 공식적인 인터뷰를 가졌다.

본지에서는 담당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확인된 현재까지의 소방자재 국산화 추진 현황과 계획 등을 살펴보고 소방산업의 현주소를 조명해 보고자 한다. 
 


국내 소방제품 제조사 대부분 ‘넉다운

미군기지이전사업단에서는 국내 소방제품 제조사 관계자들과 면담을 갖는 등 소방자재 국산화를 위한 업무도 함께 추진해 왔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이 미 국방성 시설기준의 요구조건으로 인해 사실상 사업 참여를 포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업단에 따르면 옥외소화전이나 각종 소방설비용 밸브류를 비롯해 소방펌프, 자동화재탐지설비 등은 제조사 측에서 모두 사업 참여를 중단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A사 관계자는 “사업단의 요청을 받고 소화전용 게이트 밸브에 대한 검토를 진행했지만 한 가지 부품만 UL인증을 획득하고 있어 세트품 개념을 모두 UL 인증을 받기에는 수량 대비 비용이 많이 소요돼 포기한 상태”라고 말했다.

소화기의 경우에도 국내 업체 참여를 위해 여러 번 미팅을 가졌지만 극동공병단에서 요구하는 UL인증 획득 제품이 없어 쉽지 않다는 결론과 함께 사업 참여를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자동화재탐지설비 제조사의 경우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자동화재탐지설비를 생산하는 업체 중 UL인증을 획득한 국내 업체가 없어 사업 참여를 먼발치에서 바라보며 검토만 하고 있다.

B업체에서 사업참여를 위해 조사한 국산화 소요비용 추산 내역에 따르면 화재경보 및 다중통보 시스템의 기지이전사업의 소요 자재비는 약 230억원 가량이지만 국산화를 위한  제품개발비용이 약 3억원, 실험장비를 구축 비용 2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생산설비 교체와 품질관리 비용이 2억 5천만원, UL인증 비용 2억원, 인증 후 유지비용이 연간 4천만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면서 사업 참여를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단의 이성배 자재담당관은 “UL인증 등을 취득해 미군기지 시설사업에 참여해야 하는 국내 업체 입장에서는 제품 개발비와 인증경비 등이 부담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소방 제조업체에서 사업에 쉽게 뛰어들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소방산업체에서 해외 인증을 획득하지 못해 미군기지이전사업의 자재국산화 추진이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성배 담당관은 “특히 자동화재탐지설비 등 전기 관련 소방제품을 생산하는 국내업체는 UL인증 취득비용이 과다하고 미 국방성의 높은 설치기준과 요구조건으로 인해 현재까지 사업 참여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일부 소방자재 품목은 국산화 탄력

몇몇 제조업체는 자구적인 노력과 사업단의 지원으로 국산화에 성공한 자재도 있다. 사업단에 따르면 알람밸브와 스프링클러 신축배관, 스프링클러 헤드, 소방배관 연결재, 소방배관 지지대 등 현재 국산화를 완료하거나 진행 중이다.

습식 및 건식 알람밸브와 스프링클러헤드 중 습식펜던트 타입 등 일부는 (주)파라다이스산업이 참여해 국산화 추진이 완료됐고 자재로 쓰이는 그 외 타입의 스프링클러 헤드는 국산화를 추진 중에 있다.

또, 소방배관연결재는 연우지에스티에서 UL인증을 획득하면서 국산화를 완료했으며 소방배관지지대는 성화산업에서 참여해 국산화를 이뤄냈다. (주)화성방재에서도 소방배관지지대의 국산화에 참여하기 위한 업무를 진행 중이다.

이 외에도 방화문과 석고보드, 천장재 등의 경우에도 다수 업체들이 국산화에 참여해 탄력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사업단 이성배 담당관은 “소방제품의 경우 습식 스프링클러 헤드는 100% 전량 공급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소방산업 글로벌화 갈길 멀다!

용산기지 이전에 소요되는 소방관련 자재 및 장비에 대해 미 국방성에서는 UL 또는 FM인증을 요구 중이지만 국내에는 이러한 인증을 획득한 업체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한국소방산업기술원에서 파악하고 있는 국내 소방업체의 해외 규격인증 현황을 살펴보면  UL 및 FM인증을 획득한 국내 업체는 9개사이다.

이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인증 제품은 스프링클러 신축배관(5개사)이며 스프링클러 헤드(1개사), 소방용 밸브(2개사) 등 일정 품목에 한정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부분적인 품목 외에는 인증 획득 업체가 거의 없다는 것으로 세계시장 진출을 위한 소방 제조업체의 여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한눈에 보여준다.

기술원 집계 외 본지에서 파악한 UL, FM인증 획득 업체는 스프링클러 배관 지지대(1개사)와 소화전용 게이트밸브(1개사) 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지만 자재국산화 사업에 참여가 가능한 업체는 한 손으로도 꼽을 정도이다.

소방자재 국산화 제조사 의지에 달려

사업단의 이성배 자재담당관은 “소방자재의 국산화를 위해 업체를 독려하고 소방제품 관련 조합이나 협회, 기관 등을 통해 국내 업체의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미군기지 이전사업단에서는 오는 6월 중순경 사업단 방문을 요청하고 미진한 품목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를 펼칠 예정이다.

사업단에서는 시방서를 제공하는 등 여러 가지 지원을 통해 많은 업체의 참여를 바라고 있지만 소방산업체에서 과연 얼마나 강한 의지를 갖고 자재국산화에 뛰어들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미군기지 이전사업만을 바라보며 투자 할 수 있는 여력도 없는 실정이다. 글로벌화를 위한 첫 걸음이 해외 인증 획득이라는 것을 알지만 인증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제품 개발비용과 인증 취득비용, 유지비용 등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내수 시장만을 바라보며 전전긍긍하는 우리나라 소방 제조 산업의 한계를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는 대목이다.

이성배 담당관은 “국내보다 높은 기준을 요구하는 어려움 속에서도 업체에서 의지를 갖고 추진한다면 충분히 이룰 수 있다”며 “타 분야의 제조사들 또한 수출까지로 사업성을 평가하면서 중장기적인 안목으로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방자재 외산 비율 높아 안타까워”
인터뷰 - 사업단 이성배 자재담당관

“국산 자재의 비율을 높여 사업비용을 절감시키고 부가적으로 국내 산업의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을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미군기지이전사업단의 이성배 국산화자재담당관은 미군기지 이전사업의 자재국산화에 대한 취지를 간략하게 설명했다.

주한미군기지 이전사업단이 출범한 것은 지난 2006년 7월. 당시 기지이전에 소요되는 자재는 49%정도만이 국산 제품이었지만 지금은 62%까지 끌어올렸다. 내년까지는 73%이상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그 중 소방자재 국산화를 위한 사업단의 노력도 적지 않다. 이성배 담당관은 “소방자재의 국산화를 위해 제조업체들과 협의했지만 대부분이 손을 드는 상황에 있다”며 “이것이 사업을 추진하는데 있어 가장 안타까운 부분 중 하나”라고 말했다.

사업단은 미군 측에서 제시하는 시방서 기준과 유사한 국내 기준이 있으면 이를 제일 먼저 반영할 수 있도록 미 극동공병단(FED) 측에 요구해 왔다. KS규격 등 해외 규격과 통용성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이를 수용하여 대체가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몇몇 자재는 KS기준을 준용하고 있는 자재들도 눈에 띈다. 불가피하게 미 기준에 필수적으로 맞춰야 하는 자재는 국내 업체가 그 기준에 맞춰 참여할 수 있도록 업무를 추진 중이다.

그는 “하지만 소방에 관련한 자재만큼은 UL 및 FM 규격을 필수로 삼고 있고 FED 실무자들 또한 안전과 관련된 것은 융통성이 발휘되지 않기 때문에 소방자재 분야는 더욱 국산화가 힘든 실정”이라고 했다.

안전과 관련된 사안은 미 극동공병단 뿐 아니라 상위 기관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어 해외인증을 획득 못한 제품을 적용하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성배 담당관은 “자재 국산화를 진행 할 때 업체에서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면 사업단에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사실상 없다”며 “분명 미군기지 이전사업의 물량은 한정되어 있지만 향후 진행되는 괌 미군기지 이전사업이나 수출 등을 고려해 폭 넓은 시야를 가지고 접근한다면 상당한 이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제 2, 3의 업체가 사업단의 문을 두드린다면 적극적으로 도와줄 준비가 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